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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통합이 정치의 역할”…정순택 대주교, 정청래에 화해·대화 당부
정치

“국민 통합이 정치의 역할”…정순택 대주교, 정청래에 화해·대화 당부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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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와 종교계 인사가 국민 통합을 화두로 맞붙었다. 사회 곳곳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만나 정계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 대주교의 ‘화해와 대화’ 주문은 정치권에도 파문을 일으키며 정국에 적지 않은 울림을 낳고 있다.

 

14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는 정순택 대주교와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가 면담을 가졌다. 정 대주교는 내란 사태 이후 사회의 분열을 언급하며 “이런 때 정치가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도) ‘싸우지 않고 일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국민이 염원하는 화해와 상생의 맥과 같다”며 정치권에 상생의 정치 실천을 거듭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배제와 장벽의 사고를 내려놓고 화해와 대화를 선택하라’, ‘우리가 말을 무장해제 하면 온 세상이 무장해제 될 것’이라고 하셨다”고 인용하며,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 관계와 남북관계에도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요즘 많은 장벽을 세우고, 배제하고 (있는데) 모두가 화해하고 상생하는 대화의 정치를 한번 생각해보자”고 덧붙였다.

 

정청래 대표는 이에 동조하며 지난 내란 사태 시기 천주교계의 ‘윤석열 파면’ 시국선언에 감사를 표했다. 정 대표는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 헌법재판소에 갈 때 시국선언문을 자료로 드렸다. 판단에 힘이 됐을 것”이라며 천주교가 정국 혼란기에 보여준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성당이 학생 시위대를 보호했던 기억도 소환하며 “그때 명동성당팀의 연락 책임자였다. 농성 때 보호해주시고 밥도 주셨다”며 감사를 전했다.

 

또한 정 대표는 “당 대표로 실수하거나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대주교님이 가르침을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언을 요청했다. 그는 같은 날 법륜스님과 조찬을 함께한 사실도 SNS에 공유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이후 꾸준히 천주교와 불교 등 주요 종교계 지도자를 만나 상생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해왔다.

 

정 대표는 “10년 전 ‘깨달음의 장’(깨장)에서 묵언수행을 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해 고민했다”며, “이후 가끔 정토회 행사에도 참석해 법륜스님의 말씀을 생활의 지혜로 삼아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청래 대표의 연이은 종교계 예방이 갈라진 사회를 아우르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도 내놨다. 그러나 여당 등 일부에서는 종교계와 정치의 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정치권은 국민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향후 여야 대표의 추가 만남, 종교계 원로의 연대 메시지가 국회 및 사회여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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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정청래#천주교서울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