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분, 연단 없는 첫 타운홀”…이재명 대통령, 기자와 눈높이 소통 시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첫 공식 기자회견이 이례적인 형식과 파격적인 소통 방식으로 이목을 끌었다. 대통령실과 취재진이 좁은 거리에서 마주하며, 연단이나 단차 없이 같은 눈높이로 121분간 자유로운 대화를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이 펼쳐진 것이다.
이날 회견은 3일 오전 10시,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을 기념하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 아래 진행됐다. 본래 100분으로 계획됐으나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실제로는 121분에 이르렀다. 행사장엔 국내외 매체에서 총 147개 언론사가 참석했고, 좌석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배치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권위적인 무대 대신 참석자와 가까운 원형 배치를 선택한 건 소통의 진정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주목을 끈 건 질문자 선정 방식이었다. 질문 희망 기자들의 명함을 상자에 모아 즉석에서 추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로또 같은 행운, 뽑히면 상금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고 농담하는 등 행사 내내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를 주도했다. 현장에는 대통령실 소속 기자단 외에도 풀뿌리 지역언론, 외신 등 다양한 배경의 기자들이 원격과 현장 방식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질문이 쏟아지자 이 대통령은 “아주 포괄적인 질문이 많이 들어왔다”며 20분 넘게 답을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여성 기자 중심 질문 우선 지명, 영어 질문에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거나 통역에게 “조금 천천히 부탁드린다”는 등 유쾌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질의에는 “점심 먹으면서 만난 그 분이냐”며 친근하게 화답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주목한 또 하나의 대목은 ‘탈권위’와 ‘현장 소통 강화’라는 기조였다. 대통령이 직접 좌석에서 사회를 보며 질문 순서까지 조정하는 모습, 외신과 지역 언론에 대한 배려, 대북관계에 부부클리닉 사례를 비유해 설명한 점 등이 연이어 언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 남과 북도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일부 참가 매체가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통신사 등에 질문권을 보장하라고 요청하며 행사 마무리까지 직접 챙겼다. 대통령실 3실장과 7수석 등 참모진이 모두 자리한 가운데, 총 15개 매체가 직접 질문에 참여했고, 이 중 4곳은 지역 언론 매체였다.
정치권은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소통 의지 표현”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연출된 현장 친밀함에 그쳤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권에서는 국민과의 거리 좁히기를, 야권은 회피성 답변과 민감 이슈 방관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형식 혁신이 실질적 정책 소통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국회와 정치권은 향후 대통령의 정례 기자회견 도입과 대통령–언론 소통 채널 확대 논의에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이 향후 대통령실 운영과 국민 신뢰 복원을 위한 시금석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