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생한방 비자금·공천 개입 의혹 정조준”…김건희특검, 이원모 전 비서관 부인 신씨 소환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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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및 공천 개입 정국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조됐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수사해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9월 29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자생한방병원 비자금, 대통령실 인사 비선 개입, 공천 논란 등 민감한 쟁점이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신씨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내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신씨는 자생의료재단 창립자인 신준식 명예이사장의 차녀이자, 자생바이오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번 조사는 신씨가 대표로 있던 자생바이오와 가족회사 제이에스디원의 90억 원대 금전거래 내역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의혹에 직접 초점이 맞춰졌다.

특검팀은 자생바이오가 2020년부터 약 2년간 제이에스디원으로부터 90억 원을 장기대여받고, 회사 청산과 동시에 회계장부에서 해당 부채를 삭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이에스디원은 자생바이오에 대한 90억 원 채권을 상계 처리했고, 자생바이오 역시 실질상의 상환 책임을 면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일부 자금이 신씨 일가의 비자금으로 활용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임을 밝혔다.

 

아울러 2022년 대선을 전후해 해당 자금의 상당 부분이 대여된 정황, 그리고 신씨가 모친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2천만 원을 후원한 사실도 검찰이 들여다보는 포인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일부 자금 유입’, ‘정치사적 인연’ 등을 들어 자금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신씨 부부가 윤 전 대통령과 오랜 개인적 인연을 맺어 온 사실이 깔려 있다. 남편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절 대표적 '친윤' 검사로 분류됐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캠프 법률지원팀에서 활약했으며, 양측의 결혼도 윤 전 대통령의 소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이 제21대 총선에서 당내 경쟁 상대 5명을 제치고 국민의힘 전략공천을 받은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의 개입 의혹까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총선 당시 이 전 비서관은 서울 강남을 공천이 무산되자 경기 용인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듬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복귀해 야권으로부터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신씨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및 관용 여권 발급 경위도 불씨가 되고 있다. 2022년 6월 당시 신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에 동승했다. 직책 없는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여권을 발급받고,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사전답사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비선 논란이 확산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부에선 "김건희 여사의 사적 수행이 아니냐"는 비판 수위도 높아졌다.

 

여권법 시행령 7조에 따르면 관용 여권은 엄격한 자격과 절차가 규정돼 있다. 특검팀은 "신씨가 관용 여권을 발급받고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게 된 경위, 해당 권한자의 요청이나 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외교부 자료까지 확보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신씨 소환을 둘러싸고 여야는 강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야권은 "정권 핵심 인사 사적 유착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중요하다"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고, 여권 일각에선 "야당의 정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 결과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둔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국회는 신씨 소환 및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수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팀은 향후 자금 흐름, 공천 경위 및 대통령 전용기 탑승 등 의혹 전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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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특검#이원모#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