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선 밑 강보합…SK하이닉스·HD현대중공업 급등, 철강·금융주는 대선 전 차익 매물 속 약세”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6월의 증시는 잔잔한 긴장감 속에서 방향을 탐색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시장은 장중 매수와 매도가 번갈아 맞부딪히며 뚜렷한 추세 없이 하루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0.05% 상승한 2,698.97로 마감하며 2,700선이 아득한 심리적 벨트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코스닥도 0.81% 오른 740.29로 힘차게 하루를 끝냈다.
시장의 시작은 다소 무거웠다. 전장이 시작되자 코스피는 2,692.91까지 미끄럼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과 개인의 적극적인 저가매수가 유입되며 인덱스는 한동안 2,720선을 바짝 쫓았다. 하지만 오후장으로 접어들며 투자자들은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다시금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돌아서 혼조세를 보였다. 변동성이 커진 하루였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02/1748848628861_57370657.webp)
수급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외국인은 1천273억 원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987억 원을 담아냈다. 반면 기관은 2천402억 원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 결과, 최근 한 달간 누적 기준으로 기관은 1조5천875억 원, 외국인은 1조254억 원을 각각 순매수해왔다. 개인은 2조5천44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매물을 내놓아 이익실현에 나선 모습이 두드러졌다.
종목별로 보면 주도주는 또렷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천67억 원이나 순매수하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베팅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전자도 매집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한화시스템, 삼성SDI는 순매도 대상으로 지목됐다. 성장주와 수출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엿보였다.
기관의 선택도 업황 개선 기대주에 집중됐다. HD현대중공업은 315억 원의 매수세가 더해지며 주가가 5.55% 급등했고, HMM(011200) 역시 해운 운임 강세를 타고 4.69%가 올랐다. 반면 기관은 KB금융,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며 일부 비중을 조정했다.
업종별 흐름도 대조적이었다. 운송창고, 오락문화, 운송장비부품, 건설 등은 강세를 이어갔다. 금융보험주, 전기가스주는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금융주는 대선 정책 기대감에 미리 올랐던 탓에 조정 압력이 매서웠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철강 관세 강화 재언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세아제강, KG스틸,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주는 하루새 2~10% 이상 약세를 나타냈다. 정치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대외 변수의 참을 수 없는 무게를 재확인시킨 하루였다.
시가총액 상위주에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반등했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HMM 등은 기관과 외국인 매수세에 탄력을 받으며 상승 흐름을 탔다.
코스닥은 색다른 면모를 보였다. 5월 화장품 수출 호조 소식이 강세를 견인했다. 실리콘투, 브이티, 에이피알, 파마리서치는 성장동력으로 꼽힌 뷰티·헬스 업종을 중심으로 선명한 산뜻함을 선사했다. 5월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하며 월 기준 역대 최대를 경신한 뉴스가 주가를 자극했다.
반면 제약주와 2차전지주는 힘을 내지 못했다. HLB, 보로노이, 펩트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은 약세 흐름에 머물렀다. 이렇듯 시장은 섹터별로 온도차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손끝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환율은 1,373.1원으로 7.0원 하락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되살아나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선 전 투자자들은 기대와 경계가 뒤섞인 심리로 장 초반 반등을 일부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강세 업종과 조정 업종이 뚜렷이 엇갈리는 와중에도, 화장품·바이오헬스주는 수출 실적 호조에 힘입어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8조546억 원, 코스닥은 5조7천137억 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4조1천617억 원을 기록했다. 유동성은 다소 제한적이었으나, 선별적인 종목 중심 매수세가 이어지며 시장의 숨은 결기를 드러냈다.
대선을 앞두고 출렁인 시장은 투자자,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전략적 준비를 요구한다. 정치적 변수와 글로벌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증시는 단기 변동성에 휘청일 수 있으니,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냉철한 분석, 그리고 미시적 시장 변화까지 주시해야 할 시기다. 대선 후 발표될 수 있는 정책 변화와 업종별 수요 동향, 글로벌 교역환경 등의 후속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