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극적 논스톱 골”…한국, 이라크 격파→월드컵 본선행 확정 여운
뜨거운 바스라의 밤, 팀을 향한 수많은 희망과 불안이 휘감았던 긴장 속에서 한 골이 모든 흐름을 바꿨다.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은 점점 무거워지는 이라크 원정의 공기를 견디며, 마침내 김진규의 환희 어린 포효와 함께 새벽에 가까운 승리를 만들었다. 그 한 순간, 월드컵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가 조용히 완성됐다.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 6일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펼쳐진 대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라크를 2-0으로 침착하게 누르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했다. 김진규의 후반 논스톱 결승골과 오현규의 쐐기골로, 한국은 남은 한 경기에 상관없이 조 2위 이상의 순위를 확인했다.

경기 초반, 이라크는 홈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매서운 압박을 펼쳤다. 손흥민이 빠진 대표팀은 이재성, 이강인, 황희찬이 공격 선봉에 섰지만 경기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특히 이강인의 프리킥과 감아차기 슈팅은 골대를 스치며 승부를 예고했다. 전반 26분, 이라크 공격수 알리 알하마디가 거친 파울로 퇴장을 당하자, 흐름은 조금씩 바뀌었다.
수적 우위를 잡은 한국은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의 슈팅이 연이어 나왔지만, 전반 막판 이강인의 감각적인 감아차기마저 골대를 맞고 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결정적인 변화는 후반 시작과 함께 용병술에서 빛을 발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진규를 투입했고, 이 선택이 바로 결실로 이어졌다. 후반 18분, 문선민과 설영우를 거쳐 이강인의 패스가 김진규에게 연결됐다. 김진규는 지체 없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대표팀에 귀중한 첫 득점을 안겼다.
흔들린 이라크의 수비를 틈타, 후반 37분 전진우의 오른쪽 크로스를 오현규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전진우는 이날 데뷔전에서 곧바로 도움을 올리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이런 어려운 원정에서 승리해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많은 현지 팬의 응원에도 흔들림 없는 집중력과 팀워크, 그리고 담담히 경기를 풀어가는 태도는 대표팀의 예전과는 또다른 무게를 보여줬다. 현지 교민과 팬들은 역사적인 승리의 순간을 함께하며 커다란 박수로 팀을 맞이했다.
이날 결과로 한국은 11회 연속 월드컵 무대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무승부만으로도 조 1위를 확정할 수 있게 된 대표팀은 이제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예선 마지막 경기 준비에 나선다. 최근 4경기 연속 이라크전 승리, 그리고 5경기 연속 무실점까지, 대표팀은 믿음직한 모습으로 월드컵의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오월 초여름의 숨결이 번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은 3차 예선 마지막 한 판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제 10일 오후 8시, 쿠웨이트를 상대로 또 한 번 도전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관중의 열기와 차분한 응원이 어우러진 현장의 공기는, 다가올 월드컵 본선무대를 앞둔 선수들의 마음을 조용히 위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