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세트 운명의 네트샷”…아니시모바, 시비옹테크 설욕→US오픈 4강 새 역사
스포츠

“2세트 운명의 네트샷”…아니시모바, 시비옹테크 설욕→US오픈 4강 새 역사

윤지안 기자
입력

마지막 점수를 두고도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던 관중들의 숨죽인 긴장, 그리고 코트 한복판에서 펼쳐진 예측 불허의 랠리. 결국 어맨다 아니시모바가 미세한 운까지 자기 편으로 끌어안으며, 테니스에서 종종 한 경기의 운명을 바꾼다는 네트샷을 성공시켰다. 이 한 포인트가 소리없이 흐르던 여름밤 뉴욕을 환호로 가득 채웠다.

 

아니시모바(미국, 세계 9위)는 3일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세계 2위)를 상대로 2-0(6-4 6-3)의 완승을 거뒀다. 침착한 스트로크와 장기인 강서브를 앞세운 그는 2019년 프랑스오픈 이후 통산 세 번째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랐다.

“2세트 행운의 샷”…아니시모바, 시비옹테크 꺾고 US오픈 4강 진출 / 연합뉴스
“2세트 행운의 샷”…아니시모바, 시비옹테크 꺾고 US오픈 4강 진출 / 연합뉴스

경기 흐름은 첫 세트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두 선수 모두 단 한 포인트도 쉽게 내주지 않으며, 여러 차례 듀스 승부가 이어졌다. 아니시모바는 상대의 리턴 공세를 수차례 커버하며 1세트를 6-4로 가져갔다.

 

2세트 들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게임 스코어 3-3,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아니시모바는 네트 상단을 맞고 나오는 운이 따른 샷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이어 5-3까지 달아난 그는 서브 게임에서 매치 포인트를 맞았으나, 시비옹테크의 끈질긴 추격에 40-30까지 쫓겼다. 듀스 위기에서 다시 한 번 네트에 맞고 떨어진 아니시모바의 샷이 승부의 마침표가 됐다.

 

이번 승리는 아니시모바에겐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됐다. 지난 윔블던 결승에서 시비옹테크에게 0-2(0-6 0-6)로 완패하며 고개를 숙였던 기억을 딛고, US오픈 무대에서 설욕을 완성한 것. 반면 시비옹테크는 2022년 이후 3년 만에 도전했던 US오픈 정상 도전이 다시 한 번 좌절됐다.

 

아니시모바는 이어 카롤리나 무호바(13위·체코)와 오사카 나오미(24위·일본) 경기 승자와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아니시모바와 시비옹테크는 곧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에도 동반 출전하며 국내 팬들과의 만남도 예고하고 있다.

 

한편, US오픈 남자 단식에서는 펠릭스 오제알리아심(27위·캐나다)이 앨릭스 디미노어(8위·호주)와 4시간 10분에 걸친 혈투 끝에 3-1(4-6 7-6 7-5 7-6)로 승리, 자신의 두 번째 메이저 4강 진출 소식을 전했다. 오제알리아심은 곧 얀니크 신네르와 로렌초 무세티 경기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두고 다툴 예정이다.

 

네트에 걸린 공이 남기는 흐릿한 여운처럼, 이날 승리의 감정은 코트를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관중의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아니시모바와 시비옹테크의 여정, 그리고 오제알리아심이 그려내는 또다른 드라마는 앞으로 열릴 준결승전과 코리아오픈을 통해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

윤지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아니시모바#시비옹테크#us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