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낙동강 가을”…상주에서 만나는 단풍과 사색의 시간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가을의 상주에서는 돌아봄이 된다. 요즘 상주의 자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숨겨진 여행지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단풍 물든 강가와 고요한 역사 공간이 일상의 쉼표가 되는 계절이다.
상주는 낙동강 상류에 자리한 도시로, 3일 오전 구름이 많고 26.2도를 기록한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낮엔 32도까지 오르지만, 습한 기운을 눅이듯 부드러운 바람이 야외 산책을 재촉한다. 강수확률은 20%에 머물고, 쾌적한 기운이 여행객의 기대를 빼앗는다.

SNS에는 경천대국민관광지 인증샷이 쏟아진다. 기암괴석과 굽이치는 낙동강, 울창한 숲길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많은 이들이 산책을 즐기며 단풍이 더해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한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는 시원한 강줄기와 산세,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이 여행자 마음을 적신다.
숨어 있는 명소 장각폭포에선 푸르른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가 ‘자연 속 소확행’을 완성한다. 깎아지는 암벽과 청명한 소, 폭포 아래에서 피크닉 자리를 펴는 가족과 여행객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가을 상주가 주는 여유로움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경상북도관광공사에 따르면, 계절 전환기마다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여행의 목적 또한 단순한 사진이나 휴식에서 벗어나, 역사의 현장을 걷거나 사색을 위해 찾는 이가 많아졌다.
역사의 흔적이 깃든 도남서원도 빠질 수 없다. 조선 시대 유학 교육의 터전이었던 이곳에선 전통 건축의 미와 선비들의 숨결이 오롯이 전해진다. 주말이면 소나무 숲길을 따라 사색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선현들의 정신을 더 가깝게 느꼈다”는 후기도 이어진다.
천년고찰 원적사 역시 마찬가지다. 속리산 자락의 정적, 새벽녘을 울리는 종소리, 알록달록 물든 단풍과 어우러진 전각이 여행자의 마음을 맑힌다. 불교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요즘은 명상과 고요함을 경험하러 절을 찾는 분들이 많다. 자연 속에서 평온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감성이 반영된 모습”이라고 느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단풍의 계절, 상주의 여유가 일상 스트레스를 씻어낸다”는 소감은 낯설지 않다. 어느새 이곳 여행이 ‘쉼과 회복’을 상징하는 새로운 계절의 풍경이 됐다.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삶에 여백을 주는 여행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고즈넉한 가을, 상주의 자연과 역사는 그 무엇보다 느리게, 그러나 깊게 우리 곁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