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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우승·강등 확정”…EPL, 시청률 저조→팬 관심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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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우승·강등 확정”…EPL, 시청률 저조→팬 관심 이탈

오태희 기자
입력

서늘한 새벽, 스타디움의 조명 아래엔 승부가 아닌 담담한 이별만이 남았다. 팬들의 환호는 줄었고, 기대하던 막판 역전극 대신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리버풀의 일찌감치 확정된 우승과 사우샘프턴·레스터시티·입스위치의 조기 강등이라는 결과가 잔여 경기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승자와 패자가 모두 정해지자, 열광의 무대였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마지막 장면은 의외의 허탈함으로 채워졌다.

 

12일 BBC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EPL 공식 중계사인 스카이스포츠와 TNT스포츠는 올 시즌 각각 10%, 17%에 달하는 시청률 감소를 겪었다. 이는 직전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던 챔피언 경쟁의 열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두 시즌 만해도 스카이스포츠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박빙 승부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4경기를 남겨둔 4월 28일 리버풀이 이미 우승을 손에 넣었고, 강등팀 역시 조기 확정되면서 극적인 반전의 서사가 사라진 모습이었다.

“조기 우승·강등 확정”…EPL, 시청률 저조→팬 관심 이탈
“조기 우승·강등 확정”…EPL, 시청률 저조→팬 관심 이탈

EFL(잉글랜드풋볼리그) 중계권 확대로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긴 점도 EPL 시청률 하락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카이스포츠가 올 시즌부터 한 시즌 1천 경기 이상 EFL 경기를 중계하면서 팬들의 이목이 분산됐다. 더욱이 리그 막바지 6주 동안 시청률이 급감한 현상은 결과가 미리 정해진 리그의 허무한 풍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앞으로의 변화에도 시선이 쏠린다. 내년 시즌부터 EPL 국내 중계권 금액이 67억 파운드로 대폭 상승하면서, 스카이스포츠는 기존 128경기에서 최소 215경기까지 생중계 분량을 늘릴 예정이다. 더 많은 경기가 팬들의 마음을 다시 붙들 수 있을지, 신중계권 시대의 첫 성적표에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뜻밖의 허탈함과 조용한 굴절,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는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에서 예측불허의 반전이 사라졌던 올해, 팬들은 내년이 더 간절해졌다는 듯 저마다 아쉬움을 삼켰다. EPL 2025-2026시즌은 새로운 중계 환경에서 전국의 축구팬 곁을 더욱 가까이 찾을 예정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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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스카이스포츠#시청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