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98P 급락·테슬라 시총 2조 증발”…뉴욕증시, 실적 변수·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흔들
초여름의 뉴욕은 차가운 경계심에 잠식됐다. 5월 28일, 뉴욕증시는 전날의 반짝이는 랠리를 뒤로한 채, 장중 내내 하락 곡선을 그렸다. 실적을 둘러싼 기대와 실망, 정책의 불확실성, 지정학이 엮어내는 복합적인 단어들이 월가의 현장을 묵직하게 채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100선 아래로 미끄러졌고, 다우존스·S&P500 지수 역시 매도세에 힘없이 눌렸다.
핵심에는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서 있었다. 장 마감 이후 공개된 주당순이익은 0.96달러, 매출은 441억달러. 시장의 바람은 넘어서되, 기대 이상의 반전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투자자들은 희비를 나누며 반응했다. 장중 하락하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3% 반등했고,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다.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소식이 전해지며, 반도체 업종 전반에 무거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529/1748467763218_706951638.webp)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이번 FOMC 의사록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연준 실무진이 경기침체를 한층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식했다는 대목은, 시장의 피로감을 깊게 했다. 실제로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1.85% 오른 19.31을 기록,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시의 무대를 배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동향에도 이목이 쏠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27일 기준, 서학개미들의 미국 상위 50개 종목 보관금액은 129조 9,527억원에 달했다. 하루 만에 5조 5,237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대표 종목 테슬라는 보관금액 33조 8,966억원, 주가는 1.65% 내린 356.9달러로 집계됐다. 디렉시온 TSLA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3.34% 떨어졌지만, 보관금액은 4조 3,676억원에 이르며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방증했다.
엔비디아 역시 보관금액이 16조 6,995억원으로 확대됐으나, 주가는 0.51% 약세로 마감됐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기술주 대장주들도 대체로 부진했다. 이 와중에도 애버크롬비앤피치가 깜짝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장중 27% 급등, 종가 기준 14% 상승하는 등 극적인 대비를 연출했다. 다만 전반적 흐름은 부정적이었다. 거대기술기업 7인방,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역시 방향성 없이 오르내렸다.
글로벌 환율지표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75원으로 1.0원 하락하며, 달러 강세의 숨 고르기를 반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여전히 75.6% 수준에서 머물렀다. 아직은 연준의 추가 단서를 기다리는 눈치다.
혜성처럼 출몰한 기업 실적 뉴스, 통화당국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이 세 가지가 엮이며, 투자자들은 넓고 깊은 위험의 장(場)에서 신념과 불안 사이를 오가고 있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 역시 주요 기술주에 묵직한 자금을 얹은 채 변화의 파고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은 실적 시즌의 여진, 연준의 단어 하나, 환율의 작은 진동, 그 모든 사소한 신호에도 뒤척인다. 눈앞의 작은 흐름 하나하나가 세계 자본 흐름의 방향을 재촉할 것이다. 투자자와 기업, 가계 모두에게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주목해야 할지’ 하는 근본적 질문이 새롭게 던져지고 있다. 다가오는 거래일에는 엔비디아의 실적 반응, 연준의 추가 입장, 그리고 주요 고용지표가 다시금 시장의 물결을 일렁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의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