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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 능가”…삼성서울병원, 심혈관 사망률 14% 낮췄다
IT/바이오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 능가”…삼성서울병원, 심혈관 사망률 14% 낮췄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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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동맥중재술 환자의 평생 표준 치료제였던 아스피린을 대체할 새로운 옵션이 부상했다. 국내 연구진이 진행한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 스텐트 시술 이후 장기적으로 클로피도그렐을 투여할 때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계 사망률이 아스피린보다 유의미하게 낮아진다고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영향력의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 최신호에 등재되면서,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 변화의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주용, 송영빈, 최기홍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와 스위스 베른대 등 국제공동 연구진은 2만8982명을 대상으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단독 장기투여의 임상 효과를 비교하는 7개 다국적 무작위 임상시험(RCT)을 메타분석해 심혈관계 주요 사건(심근경색, 뇌졸중, 사망) 발생률을 종합 평가했다. 기존 미국 치료 권고는 관상동맥 스텐트 후 6~12개월 이중 항혈소판 치료(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후 평생 아스피린 단독 요법을 지시해왔다. 이에 연구진은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근거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차별점은 예방 효과의 지속성과 안전성에 있다. 연구진 메타분석 결과, 클로피도그렐군(1만4507명)의 심혈관계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률은 아스피린군(1만4475명)보다 14% 낮았다. 세부적으로 클로피도그렐은 심근경색 위험 24%, 뇌졸중 21%를 추가로 감소시켰고, 출혈 발생률은 두 치료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항혈소판제 효능(혈전 방지)과 안전성(출혈 부작용) 모두에서 아스피린 대비 임상적 이점을 증명한 결과로 해석된다.

 

적용 범위는 실제 임상현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스텐트 시술 환자의 장기 관리에서 약제 선택은 생존과 삶의 질에 직결되기 때문에, 환자 맞춤 처방 확장과 헬스케어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구 규모와 근거 수준에서 기존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의 개정 논의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해외 학회와 저널의 반향도 크다. 올해 8월 유럽심장학회(ESC)와 3월 미국심장학회(ACC) 모두 해당 연구 성과를 ‘가장 주목받는 임상 연구’로 선정했으며, 한주용 교수팀은 2023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도 관상동맥 병변 환자군의 혈관내영상 기반 시술 우수성을 입증해 국제적 임상연구 경쟁력을 보여줬다. 글로벌 수준에서는 심혈관 분야 의료진의 처방 패턴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와 정책적 측면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치료지침의 개정·업데이트와, 국내 식약처 등 규제기관의 후속 검토 움직임이 예상된다. 표준 약제 변경에 따른 보험 및 급여, 환자 안내체계 정비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한주용 교수는 “3만명에 달하는 다양 인종 환자 데이터를 종합해 클로피도그렐의 우수성을 명확히 입증했다”며 “스텐트 시술 환자의 평생 유지요법 패러다임이 곧 바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표준 치료로 시장에 적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약물 선택의 임상 근거와 환자 편익, 기술과 규제의 균형이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의 관건이 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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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