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함께한 개막식의 의미”…두산, 잠실서 추모 공연→팬 기립의 순간
잠실야구장에 뿌연 아침 햇살이 번지자, 관중석은 어느 때보다도 경건한 침묵에 잠겼다. 경기 시작 전, 뮤지컬 배우들의 기미독립선언서 낭독이 울려 퍼지자, 팬들은 한순간에 80년 전 그날의 감동을 떠올렸다. 시구와 시타를 맡은 독립운동가 후손까지 한 자리에 모이며, 이날의 홈경기는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로 채워졌다.
두산 베어스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광복 80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산 구단은 “이번 KIA전에서 광복 80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뮤지컬 배우 윤현선, 김요한, 최진수, 장진수가 무대에 올라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 무대는 ‘그날을 기약하며’와 ‘아름다운 나라’ 공연으로 이어져, 경기장 전체를 장엄한 분위기로 물들였다.
특히, 유튜버 ‘그려DREAM’과 협업한 독립운동가 AI 복원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다. 팬들은 백범 김구,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가 AI를 통해 남긴 인사를 함께 나누며, 잠시나마 그 시대를 가까이에서 느꼈다.
윌로우스 비행학교의 독립운동 스토리도 이날 소개됐다. 이어 독립유공자 가족 40명이 스타팅 라인업 소개와 선수단 입장에 동행하며, 하이파이브로 선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애국가는 공군사관학교 군악대장 이민정 소령이 제창했다. 시구와 시타는 각각 노영탁 독립운동가족 기념사업 대표와 임인자 한국독립운동유산 대표가 맡았다. 노영탁 대표는 임시정부 군무총장 겸 국무총리를 역임한 노백린 장군의 친손자, 임인자 대표는 최초 광복군 비행장교인 박희성 지사의 후손으로, 자부심이 숨쉬는 순간이었다.
이날 두산 베어스가 마련한 기념행사는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야구장 곳곳을 울린 작은 박수와 따뜻한 시선들은 독립운동가의 헌신에 바치는 또 하나의 응원이자,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여운으로 남았다.
경기의 공식적인 시작과 더불어, ‘잠실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는 관중들에게 또 다른 역사와 만남을 선사했다. 깊은 먹먹함과 함께 선수단의 각오 역시 다짐으로 이어졌고, 잠시 잠들었던 기억들은 이날 광장 위에서 찬란한 의미로 되살아났다. 두산과 KIA가 펼치는 홈경기는 8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