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간 시식공감”…경복궁, 궁중음식 오감 체험의 밤 → 전통 황혼에 감각 살아나다
서울 경복궁의 고즈넉한 밤하늘 아래, 옛 궁중의 향연이 미각과 감각을 깨우는 특별한 무대로 다시 태어났다. ‘수라간 시식공감’은 봄의 끝자락과 초여름의 시작 사이, 찰나의 황혼 속에 궁중음식의 깊은 결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오감의 풍류를 선사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맞이하는 전통의 밤, 관람객들은 경복궁의 엄숙한 품 안에서 조선의 시간과 우리의 일상이 부드럽게 교차하는 떨림을 마주하게 된다.
‘2025 수라간 시식공감’은 전통문화의 심연을 식(食)과 시(視), 공연(公), 감동(感)의 네 갈래로 펼쳐낸다. 5월 28일부터 6월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축제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며, 잊혀진 듯한 궁중 수라상을 ‘식도락-시식공감’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접할 수 있다. 궁중병과와 다양한 전통 다과를 경험하는 ‘다담-시식공감’은 연잎에 감긴 약과와 화려한 다식, 절로 손길이 머무는 전통차의 깊은 향을 더한다. 시간의 결을 따라 천천히 이어지는 시식 경험은, 먹는 행위가 단순한 여흥에 그치지 않고 한 시대의 정신과 예법, 그리고 감성적 유산임을 되새기게 한다.

공통 체험 구역인 ‘주방골목’에서는 고소한 기름향에 이끌려 전통 인절미와 손수 늘인 엿을 만들거나, 조선 시대의 놀이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등이 궁중 마당에 생동감 있게 부활하며, 어린이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흘러간다. 축제를 찾은 이들은 실제 요리 시연과 다양하게 재현된 궁중 음식의 미학을 오롯이 몸으로 경험하며, 경복궁의 밤은 이렇듯 ‘보는 축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 숨 쉬는 시간’이 된다.
조명으로 물든 궁궐의 야경은 고요하면서도 웅장하게, 참가자들의 감각을 다층적으로 자극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식·문화 축제가, 현대인의 일상 속에 전통의 숨결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한편, 궁궐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주는 역사적·심미적 가치 역시 새로이 일깨운다고 평한다. 관람객 반응 또한, '천천히 맛보고 옛 예법을 되새기는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수백 년 전 시간을 걷는 듯한 봄밤, 경복궁은 일상과 과거, 감각과 사유가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무대다. ‘수라간 시식공감’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그 황혼의 풍경과 심연을 울리는 맛과 기억이 두고두고 각인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