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길을 따라 거니는 여름”…남부면 수국축제 현장, 자연과 추억을 걷다
요즘 거제 남부면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년에는 조용한 해안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수국이 만개한 산책과 마을 축제를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일상이 됐다.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 일원에서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남부면 수국축제’가 바로 그 이유다.
길게 뻗은 저구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수국 수십만 송이가 장관을 이룬다. 이 군락지는 남부면 발전협의회와 지역민들이 20년 가까이 가꾸어 온 ‘마을의 자랑’이다. SNS에서는 수국길 인증샷이 쇄도하고, 매년 축제 때면 전국 각지에서 가족, 연인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축제 기간 남부면을 찾은 방문객 수가 크게 늘었고, 지역 특산물 판매도 활기를 띠었다. 주최 측은 “꽃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지역의 맛과 정, 문화를 경험하며 재방문하는 이들이 꾸준하다”고 체감했다.
축제 현장엔 인증 도장을 찍으며 주요 장소를 둘러보는 스탬프투어, 남녀노소 함께 직접 참여하는 물감정원 등 감각을 두드리는 프로그램이 많다. 수국풍선아트와 미니리스 만들기 체험부스도 인기다. 장터에는 지역 특산 해산물과 신선한 멍게, 수공예품, 재기 발랄한 푸드트럭 메뉴까지 줄지어 있다. “지역민이 함께 만든 축제이기에 더 풍성하고 따뜻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현지 주민 김소정 씨는 “이 길을 걸으면 수국부터 바다까지, 남부면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플리마켓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사진보다 현실이 더 아름답다. 이 여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동네마다 이어지는 걷기 코스, 곳곳의 포토존, 소박한 공연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수국길의 본질은 한 박자 느려진 일상 속에 자연과 함께 살아보는 마음에 있다”고 지역 관계자는 풀이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족과 손 꼭 잡고 걷고 싶다”, “친구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는 인증이 이어진다. 그렇게 남부면의 수국길은 누군가의 일상에 삶의 쉼표로 자리 잡아간다.
자연을 걷고, 마을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고, 작은 축제를 누리는 오늘이 ‘여름다운 여름’임을 실감하게 한다. 수국 사이로 이어질 행복의 발걸음, 그곳에서 나만의 속도로 한 해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