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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심장에 새긴 외로움”…천선란X장한새, 리딩 쇼케이스 울림→본 공연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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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심장에 새긴 외로움”…천선란X장한새, 리딩 쇼케이스 울림→본 공연 궁금증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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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을 찢으며 빛처럼 내려앉은 목소리가 감정을 건드린다. 연극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의 리딩 쇼케이스 현장, 배우 수연의 떨림 어린 시선이 창백한 무대를 가르고, 관객의 마음 한켠에도 그 흔들림이 잔향처럼 스며든다. 밤의 차가운 기운과 고독의 그림자가 맞닿는 지점에서, 천선란의 섬세한 서사와 장한새 연출의 묵직한 감성이 새롭게 융합됐다.

 

서울숲 씨어터 1관에서 펼쳐진 이번 리딩 쇼케이스는 원작 장편소설의 깊은 세계를 입체적 감정선과 새로운 시선으로 반죽하며, 위태로운 인간군상과 초자연의 존재가 빚는 묘한 긴장감, 그리고 시간이 남긴 상처들을 무대 위에 뚜렷이 새겨넣었다. 철마재활병원이라는 재개발 직전의 공간은 각기 다른 외로움과 단절을 품은 인물들, 그리고 ‘뱀파이어’라 이름 붙여진 미지의 존재까지 서로를 관통하게 만든다. 배우 신윤지가 삶의 무뎌짐을 품은 수연을, 권은혜가 외톨이 완다를, 김예은이 애정 결핍의 난주를 성실히 그려내며, 최하윤과 장석환 역시 외로움의 은은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닌 뱀파이어 릴리와 울란을 촘촘히 입체화했다. 인물들의 감정은 극장 안 벽을 타고 객석까지 조용히 스며들었고, 바닥을 스치는 발소리와 절제된 대사마저 한순간의 고독을 더했다.

“구원과 고독, 밤을 가르다”…연극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리딩 쇼케이스 호평→본 공연 기대 모은다
“구원과 고독, 밤을 가르다”…연극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리딩 쇼케이스 호평→본 공연 기대 모은다

관객들은 쇼케이스 이후 “리딩임에도 완성도 높은 무대로 느껴졌다”, “원작과 각색의 묘미를 비교하며 보는 과정이 깊은 재미였다”라며 진한 마음을 전했다. “두 시간 만에 각 인물의 상처와 희망, 원작이 지닌 상징의 여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반응과 함께, 쇼케이스 종료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각색 비화, 뱀파이어 연출, 마지막 대사의 상징성 등 다양한 해석의 문이 열렸다. 배우들은 각각의 신념과 내면의 고독을 토로하며, 무대 뒤에서도 쉼 없이 캐릭터를 탐구하는 진지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 무대는 할리퀸크리에이션즈의 ‘도트 프로젝트’ 시즌으로 기획돼, 무대와 관객, 그리고 새 감상의 점을 차곡차곡 잇는다. 기존 공연예술이 가진 틀을 뛰어넘어, 낯선 시선과 확장된 공간,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안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품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연극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는 리딩 쇼케이스에서 실험적 시도와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며, 곧 본 공연에서 완전히 새로운 울림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조용히 내린 쇼케이스의 막, 그 어둠과 어스름에 남은 것은 각자의 고독이었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구원의 상징과 밤의 경계에서 맴도는 목소리들이 관객의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본 공연이 어떤 서사적 깊이와 감정의 파곡을 선보일지, 공연계의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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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찾아오는구원자#천선란#장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