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진단과 차세대 약물”…알츠하이머 신약 혁신 동력 부상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현장에서 혈액 기반 진단법의 도입과 신기전 치료제의 부상이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은 10여 년 만에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와 ‘키순라(도나네맙)’의 등장으로 진일보했다. 미국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가 22일 공개한 ‘중추신경계 새로운 지평 보고서’에 따르면, 두 치료제는 임상에서 각각 인지 저하 속도를 27%, 39% 늦추는 효과를 보였으나, 기억력 회복 등 근본 치료에는 여전히 한계가 남아있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매출의 99%는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고 있다. 유럽 등은 안전성 우려로 사용을 제한하는 분위기다. 기존의 진단 방식은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뇌척수액(CSF) 검사 등 고비용·고침습적 방법이 대부분이어 접근성·확장성에 제약이 크다. 보고서는 “혈액검사는 침습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패러다임의 기반”이라며, 증상 발현 전 환자를 조기에 선별, 집단 스크리닝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차세대 치료제의 핵심은 타우, 시냅스 가소성, 신경보호, 염증 및 면역 등 다양한 기전을 표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로슈의 트론티네맙은 혈뇌장벽(BBB) 투과율을 높인 이중 특이성 항체 기술을 적용, 2상 임상에서 기존 약물 대비 우월한 아밀로이드 플라크(뇌 내 단백질 찌꺼기) 제거와 낮은 안전성 이슈(ARIA) 발생률을 보였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신경퇴행성 질환에 비만·당뇨 치료에 쓰이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작용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 실사용 데이터(RWD) 분석에서 세마글루타이드가 2형 당뇨 환자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40~70%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혈액 진단법이 보험 등재와 사회적 합의, 신경계 신약의 안전성 이슈 해소 등이 실제 임상 적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미국 FDA 등 글로벌 규제 당국은 ARIA 등 부작용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며, 후속 임상을 통해 약물 효능 및 위험도 재평가에 집중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혈액 기반 진단과 새로운 기전 치료제 개발이 알츠하이머 극복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며 “기술의 실제 의료현장 안착에 따라 시장 구조가 재편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