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하루새 206조 증발”…트럼프·머스크 극한 대립→미국 증시 불안 확산
뉴욕의 새벽 공기에는 전장보다 무거워진 투자자들의 한숨이 스며 있었다. 6월 5일, 테슬라 주가가 무려 14.26%나 하락하며 284.7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06조 원 증발했고, 화려한 성장 신화 뒤에 감도는 불안은 월가 전체의 맥박을 흔들었다. 언뜻 각자 다른 길을 걷는 듯하나, 사실 테슬라와 미국 정가는 뗄 수 없는 고리로 이어져 있었다.
테슬라의 이날 하락세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 간의 첨예한 갈등이 공론화되며 증시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비판해온 ‘크고 아름다운 단일 법안’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고, 머스크 역시 혐오스럽다 비난하며 상원 부결을 촉구했다. 이어진 머스크의 회한 섞인 발언—“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배했을 것”—은 정치와 산업, 두 권력의 교차로를 보였다.

미국 의회가 논의 중인 감세법안이 전기차 산업, 특히 테슬라에게 미칠 파장은 심상치 않다. JP모건은 세액공제 폐지와 배출권 규제 완화가 테슬라의 연간 이익에서 4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가 미래차 혁신의 기수라는 상징성은, 미국 정부 정책 변화 앞에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머스크 CEO는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와 로보택시 사업을 위해 연방의회에 로비를 지속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극한 대립이 향후 미국에서의 사업 기회에 불확실성을 키웠다. 또, 테슬라 구매의 주요 저변인 공화당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재계 전반에 번지는 상황이다. 아젠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룩 매니저는 “트럼프와의 갈등은 테슬라와 머스크가 빚어낸 산업혁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변수”라 지적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미국 의회 감세법 논의 향방과 트럼프, 머스크 두 인물의 행보에 집중돼 있다. 변수가 겹치는 불확실성 속, 테슬라의 미래와 전기차 산업 전반의 운명은 당분간 돌풍 속에서 방향을 탐색할 수밖에 없다. 날선 갈등의 그림자가 월가와 글로벌 산업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