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배양 백신이 게임체인저”…CSL, 플루셀박스쿼드 국내 공급 확대
세포 배양 기반 인플루엔자 백신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입하며 백신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주목이 쏠린다. 글로벌 백신기업 CSL시퀴러스코리아가 세포 배양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셀박스쿼드 프리필드시린지’를 오는 2025~2026절기부터 전국 주요 병의원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해당 백신은 생후 6개월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A형 및 B형 인플루엔자 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업계는 플루셀박스쿼드의 상륙을 ‘차세대 인플루엔자 백신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플루셀박스쿼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씨드 균주를 유정란이 아닌 포유류 세포에서 증식하는 ‘세포 유래 후보 바이러스(Cell-CVV)’ 플랫폼으로 생산된다. 백신 원료가 계란에서 배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계란 적응 변이(antigenic drift)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 기술적 핵심이다. 계란 기반 전통 백신은 면역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으나, 세포 배양 방식은 균주 변이 없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유정란 배양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임상시험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 실시된 3번의 절기(연간 독감 시즌) 동안 3만명 이상 소아 및 성인(4세~65세 미만)을 대상으로 백신 유효성을 평가한 결과, 플루셀박스쿼드는 유정란 백신 대비 연령별로 최소 10%에서 최대 14.8%까지 증상성 인플루엔자 발생률이 더 낮았다. 여러 국가의 실제 임상 환경에서도 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세포 배양 방식 백신은 생산 속도와 품질 관리 측면에서 기존 유정란 방식 대비 경쟁력이 크다. 팬데믹 조기 대응, 특정 알레르기 인구층 활용 확대 등에서 이점이 있어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삼진제약과 전략적 판매제휴를 맺고 전국 물량 공급 및 의료기관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은 여러 국가에서 보건의료 필수 백신으로 지정돼 있으며, WHO·FDA 등 글로벌 규제 기관에서도 세포 배양 방식의 장점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플루셀박스쿼드는 이미 17개국 이상에서 허가받아 누적 2억9000만 회분 이상 공급됐다.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에 이어 다수 의료기관 도입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세포 유래 백신 플랫폼이 유전체 변이 리스크를 줄이고, 팬데믹 등 감염병 확산기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CSL시퀴러스코리아 유기승 대표는 “세포 유래 백신이 국내 인플루엔자 예방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삼진제약과의 협업으로 더욱 안정적 유통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신기술 백신이 실제 접종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유통, 규제 및 의료계의 긴밀한 협력이 새로운 백신 산업 성장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