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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직시, 미래 협력 강조”…이재명, 광복절 경축사서 ‘투트랙’ 한일관계 천명
정치

“과거사 직시, 미래 협력 강조”…이재명, 광복절 경축사서 ‘투트랙’ 한일관계 천명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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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정부가 다시금 마주섰다. 한일관계 전반의 방향성은 경축사에 드러난 정책기조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가 지난 3년간 대통령 경축사에서 사라졌던 과거사 언급을 되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 협력에 방점을 찍으며 정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한일관계에서 과거사 문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를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이후 3년 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만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언급한 뒤, 이후 경축사에서는 미래 협력에만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일본의 역사 인식에 비판적이었던 이력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 한일관계 개선과 관리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지난 6월 한일 수교 60주년 행사에서는 과거사 언급 없이 미래 협력에 방점을 두는 등 변화된 접근법을 보였다.

 

이번 경축사에서 과거사 문제가 재차 부각된 것을 두고, 상징적 의미가 큰 광복절의 무게를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는 발언으로 투트랙 원칙, 즉 과거사 현안과 경제·미래 협력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크게 존재한다”면서도 일본을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로 평가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셔틀외교 복원에 대한 의지도 강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오는 23일 도쿄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가진 뒤 바로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예정한 일정 역시 한일관계 복원의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가 남은 사도광산 추도식 등 과거사 현안은 여전히 양국 간 주요 현안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작년 일본의 소극적 행보로 사도광산 추도식이 파행돼, 올해 가을 역시 양 정부의 역사 문제 관리가 중요한 시험대로 여겨진다. 독도, 교과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갈등 요소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미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태도 변화를 일관되게 촉구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성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 역시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정치권은 한일관계의 투트랙 접근과 과거사 언급이 맞물린 이번 경축사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는 한편, 향후 정상회담 결과와 일본 정부의 대응에 따라 양국 관계의 진로가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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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광복절경축사#한일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