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 관계자, 증거 인멸 정황”…이명현 해병특검, 개신교계 구명로비 수사 속도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구명로비 의혹이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과 극동방송 인사를 중심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이른바 ‘개신교계 구명 로비’ 정황과 관련해, 특검팀이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위 관계자의 증거인멸 시도를 포착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명현 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쫓는 과정에서 극동방송 고위 관계자 A씨가 통화 및 SNS 내역 등 주요 증거를 삭제한 단서를 확보했다. A씨는 2023년 7월 19일 채상병 순직 사고 직후 약 7개월간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자료 등을 지운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특검은 A씨가 극동방송 내에서 사무실 PC 자료 삭제를 지시한 정황까지 확인한 상태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A씨의 통화 기록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집중적으로 삭제됐다”며, 구명로비 의혹 관련 증거 인멸 시도 여부를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또 채상병 수사 외압 논란이 확산되던 2023년 7월부터 9월 사이 김장환 목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과 다수의 통화를 나눈 내역도 이미 확보했다. 당시 통화 내용과 경위에 대해 특검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A씨 측은 “김장환 목사가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위로 차원이었을 뿐 구명로비와는 무관하다”며 “통화 내역 삭제 또한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상반된 입장에 따라 향후 소환 조사에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특검은 압수수색과 관계자 진술 등으로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개신교계의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연루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김장환 목사 자택 및 극동방송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현재 압수물 분석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으며, 김장환 목사를 포함한 개신교계 인사들의 소환 일정도 조율 중이다.
정치권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은폐 논란이 정국의 또 다른 파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검의 추가 조사 결과와 관련자 소환이 본격화되면, 여야는 다시 한 번 정치적 입장차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압수물과 관계자 진술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소환 조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구명로비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 강화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