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유전자 분석으로 IQ 예측”…실리콘밸리, ‘스마트 베이비’ 상업화 논란
유전자 기술의 발전과 개인 맞춤화 흐름이 생식의 패러다임을 다시 쓰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신생 스타트업들이 배아의 유전자를 분석해, 태어날 아기의 지능지수(IQ)를 예측·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상업적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고소득 IT 업계 등을 중심으로 이미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들여 미래 자녀의 유전자 ‘스펙’을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유전자 기반 상위 인간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의 스타트업 뉴클리어스게노믹스와 헤라사이트는 각각 6,000달러(약 828만원), 5만 달러(약 6,900만원)에 배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예상 IQ를 산출하고, 여러 배아 중 그 결과를 토대로 체외수정(IVF)에 사용할 배아를 선별하는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이와 함께 일부 결혼정보회사는 아이비리그 출신 등 ‘우수한 유전 정보’를 지닌 파트너 연결까지 최대 50만 달러(약 6억9000만 원)에 제공하는 등, 맞춤형 인재 설계 시장이 열리는 상징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대규모 유전체(Genome) 데이터를 AI 기반 예측 알고리즘과 결합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수백만 건의 유전자 마커를 분석, 과거 대규모 인간 지능 연구에서 확인된 여러 변이 조합의 통계적 연관성을 토대로 개별 배아의 ‘예상 IQ 점수’를 산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계자들은 “단일 유전자 이상의 복합적인 유전체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 그리고 실제 사용자가 IVF 등 임상 현장에서 선택 근거로 쓰고 있다는 점이 과거 지능 추출 연구와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내에서는 2023년 기준 30여 건의 유전자-지능 상관 연구 논문이 공유된 바 있으나, 실제 시장 적용은 최근 1~2년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난임 치료 차원의 유전자 검사가 질환 위험도 예측에 머물던 것과 달리, 교육·사회적 성공을 암시하는 지능까지 상품화 대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IQ 증가 예측 수치, 암·당뇨 등 질병 위험도, 심지어 야망이나 끈기, 호기심 등 행동 특성에 대한 점수도 개발 중이다.
시장을 이끄는 집단은 주로 바이오테크와 IT기술에 정통한 실리콘밸리 고소득층으로, 소수 엘리트가 유전적으로 우세한 후손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이에 더해, 실제 유전자-지능 연관성이 사회적 환경·후천적 요인의 영향을 얼마나 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계 내부의 한계론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영국·중국 등에서도 유전체 기반 태아 선별 연구가 진행되나, 상용 시장 진입은 미국이 가장 앞선 상황이다. 미국은 유전자 분석 기반의 배아 선택 서비스에 대한 연방 단위명확 규제가 없어 기술 상용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은 ‘유전자 편집 아기’ 금지와 같은 강력한 생명윤리 규제를 적용해 미국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대량 유전자 분석 데이터의 프라이버시 관리, 알고리즘의 정확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우려, 의료 윤리 준수 등 복합적 문제를 지적한다. 하버드 의대 사샤 구세프 교수는 “높은 IQ만 선택하려다 뜻하지 않은 질환 소인까지 함께 선택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예루살렘 히브리대 샤이 카르미 교수는 “실제 IQ 상승 효과는 평균 3~4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윤리·규제와 기술의 속도 경쟁이 시장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산업계는 이번 배아 유전자 분석 기술이 정밀의료를 넘어서 ‘인간 설계’ 논란의 최전선에 섰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그리고 사회적 제도의 균형이 산업 미래의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