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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 폐암 급증”…대기오염·EGFR유전자 영향→치료 패러다임 전환
IT/바이오

“비흡연자 폐암 급증”…대기오염·EGFR유전자 영향→치료 패러다임 전환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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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전 세계적으로 흡연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첨예한 흐름 속에, 오히려 비흡연자에서의 폐암 발병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새로운 역설이 조명되고 있다. IT·바이오 산업계와 의료계 모두 대기오염, 특히 심화되는 미세먼지 문제가 이 같은 현상의 핵심 요인 중 하나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런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를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들은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대기질과 유전자 변이, 폐암 간 상관관계를 다각적으로 해석하는 데 몰두해왔다.

 

통상적으로 폐암은 오랜 기간 흡연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비흡연자에게서 발생하는 폐암은 선암 유형이 다수이며, 이들 중 상당 비율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라는 분자적 특징을 갖는다. 이 유전자는 특히 아시아계 여성에서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 1950~1960년대 이후 환경적 요인과 생활양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실내·외 공기 오염 노출, 간접흡연, 나무 및 석탄 난방 등이 비흡연자 폐암의 새로운 주요 인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실내 체류 시간이 긴 여성은 실내공기 오염에 더 취약할 수 있으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오히려 실외 대기 오염, 곧 미세먼지 농도가 폐암 발생과 유의하게 연결된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2023년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윌리엄 힐 박사팀은 "미세먼지가 기존의 DNA 손상과는 별개로, 폐 조직 내 잠복 중인 돌연변이 세포를 자극해 암의 초기 단계를 촉발한다"고 밝혔다.

비흡연자 폐암 급증”…대기오염·EGFR유전자 영향→치료 패러다임 전환
비흡연자 폐암 급증”…대기오염·EGFR유전자 영향→치료 패러다임 전환

이러한 역학 변화에 발맞춰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는 EGFR 돌연변이 표적 억제제와 같은 혁신 약물 개발이 빨라졌다. 최초의 EGFR 억제제는 약 20년 전 임상 현장에 도입됐으나 내성 문제로 치료 지속성이 아쉬웠던 바, 최근 등장한 3세대 표적치료제는 내성 일부를 극복하며 생존율 및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메릴랜드 국립암연구소 크리스틴 버그 박사는 "미국·유럽의 대기 오염 완화 정책 효과가 실제 폐암 발생률에 반영되려면 향후 15년 이상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석탄·석유 사용의 감소는 기후변화 완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폐암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데 정책적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흡연자 폐암 분자 역학 연구와 더불어, 도시 대기질 개선 및 실내 환기, 고위험군 선제적 유전자 검진 등 다층적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IT 및 바이오 산업에서의 유전체 분석, 환경 데이터 융합 기술 발전이 이 분야의 진단 및 예후 예측 역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첨단 기술과 공공정책이 조화를 이룰 때, 비흡연자 폐암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문제에 실질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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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폐암#egfr#미세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