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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바타에 빠진 노인”…중국, 고령층 디지털 피해 확산 우려
IT/바이오

“AI 아바타에 빠진 노인”…중국, 고령층 디지털 피해 확산 우려

오태희 기자
입력

AI 기반 가상 아바타가 노년층의 일상을 파고들며 사회적·심리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70대 남성이 인공지능 생성 여성 아바타에 집착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문가들은 디지털 콘텐츠와 현실 구분이 미흡한 고령층의 취약성을 경고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안을 고령사회에서 ‘AI 콘텐츠 오인 피해’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한다.

 

중국 베이징의 75세 남성 장 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AI 여성 아바타를 접한 뒤 실제 인물로 착각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입 모양과 음성이 맞지 않는 비정상적 동작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상 존재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메시지에 집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장 씨는 아내가 휴대전화 사용을 문제 삼자 "여자친구와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며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자녀들은 오랜 시간 설명해 가상 여성의 실존 여부를 납득시켰고, 장 씨는 결국 상황을 이해하고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아바타는 자연어 처리와 딥러닝 기반 음성 합성 등 최신 기술로 실제 인물에 근접한 대화·반응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대화 패턴 및 표정·음성 동기화 기술까지 발전해 외관상 ‘진짜’와 유사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가 오히려 정보 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층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노년층 SNS·AI 콘텐츠 이용자는 약 1억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최근 1~2년간 유사 인지 착각 사례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사회적 관계망이 좁은 고령층이 외로움 해소 수단으로 AI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경제적 피해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가족관계 악화, 금전적 사기, 심리적 의존 등 2차 피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해외 역시 AI 대화형 콘텐츠 남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고위험 AI 서비스에 대해 연령대별 접근 제한 등 규제 초안을 논의 중이며, 일본·미국도 고령층 디지털 리터러시 확산을 위한 교육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고도화가 생활 편의성은 높이지만, 사회적 배려집단에는 손쉬운 접근성과 위험구간이 공존한다”며 “특히 고령층 가족 내에서 온라인 활동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사회적으로는 디지털 윤리와 사용자 별도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AI 관련 서비스 개발과 함께 사용자 연령별 안전장치·경고 체계 도입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와 사회적 안전망 형성이 균형을 이룰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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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ai아바타#고령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