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와 퍼팅 모두 빛났다”…김아림, US여자오픈 1R 공동 선두→정상 탈환 청신호
첫 티에 섰을 때, 김아림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바람이 가르는 위스콘신의 오후, 김아림의 장타는 힘이 넘쳤고, 퍼터는 흔들림 없는 담대함으로 응답했다. 지난해보다 한층 깊어진 집중력과 메이저 대회 우승 욕심이 엮인 하루, 김아림은 다시 한 번 팬들에게 희망을 건넸다.
김아림은 5월 30일,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에서 열린 제80회 US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적었다. 임진희, 노예림, 에인절 인, 다케다 리오, 훌리아 로페스 라미레스와 함께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 특유의 긴장과 바람, 변덕스러운 그린 위에서도 김아림은 평균 264.6야드 장타(7위), 83%의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15개의 파온 홀에서 평균 퍼트 수는 1.6개에 그쳤고, 6개의 버디를 잡으며 2개의 보기를 무심히 지워냈다.

2020년 우승 이후 5년 만에 이 대회 정상 재탈환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경기 뒤 김아림은 “여기는 가장 어렵고 힘든 무대다. 진짜 챔피언을 가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코스 특성을 예리하게 짚었다. 장타자의 이점, 독특한 그린에서 펼치는 퍼팅 승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첫 경기가 순조로웠지만 아직 시작”이라며 “남은 사흘은 더욱 단단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각오도 전했다.
경기 중엔 리더보드를 보지 않는다는 김아림은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관중석에서는 그의 라인 읽기, 과감한 퍼팅이 터질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임진희 역시 4언더파로 보기 없이 버디 네 개를 솎아냈다. 신인왕 경쟁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작년과는 달리, 활기찬 코스 공략과 그린 빠르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진희는 “처음엔 많이 떨렸지만, 코스와 그린 컨디션이 좋아서 즐기며 쳤다”며 “더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이어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유민은 3언더파로 공동 7위. 특히 14번 홀에서 275야드 티샷과 이은 이글 성공이 눈길을 끌었다. 전지원, 최혜진, 마다솜, 노승희, 윤이나 등도 언더파로 첫날을 마쳤다. 유해란, 신지애, 김효주는 3오버파로 뜻을 다시 가다듬었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 티띠꾼, 리디아 고 등 쟁쟁한 상위 랭커들도 짙은 긴장 속에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전년도 챔피언 사소 유카도 2오버파로 첫날을 마쳤다.
US여자오픈 2라운드는 6월 1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한국 선수들이 거친 메이저 코스 위에서 다시 희망의 샷을 이어갈 수 있을지, 김아림이 남은 라운드에서도 꾸준한 샷과 퍼팅으로 또 한 번 우승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팬들의 눈길이 에린힐스를 향한다. 아주 느린 호흡, 긴 숨 끝에서 나오는 묵직한 울림처럼, 이날 그린 위에서 적막을 깼던 샷의 소리는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