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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유적지 산책길이 전해준 하루의 깊이→자연과 과거를 잇는 여정
문화

거제 유적지 산책길이 전해준 하루의 깊이→자연과 과거를 잇는 여정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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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햇살이 수평선을 감싸 안는 아침, 거제의 바다 옆을 걷는 여정은 한 폭의 풍경화로 시작된다. 바람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이 도시는 바다 너머로 스며든 시간의 결을 품고, 길 위의 여행자는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오래된 언덕 앞에 선다. 바다 냄새에 섞인 거제의 유적지들은 여행자의 걸음을 조심스레 멈추게 한다.

 

첫 번째로 마주하는 곳은 지세포성이다. 푸른 남해와 맞닿은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성벽의 흔적이 고요하게 속삭인다. 계절의 빛이 드리운 그 길에선, 봄이면 꽃과 풀잎이 스쳐가며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산책길이 마련된다. 지세포성은 마치 자연과 인간의 기억이 만나는 경계가 돼, 사진을 남기기에도, 사색에 잠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여백을 내어준다.

거제 가볼만한곳 유적지 여행, 자연과 역사를 함께 걷는 시간
거제 가볼만한곳 유적지 여행, 자연과 역사를 함께 걷는 시간

다음으로 구조라성은 통영과 가까운 언저리에 자리해, 그 옛날 남해의 문턱을 지켜온 방어의 흔적을 남긴다. 굽이진 언덕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성곽 너머로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인근 마을 담장에는 알록달록한 벽화가 여행자를 반기고, 여행자센터의 따스한 환대가 이어진다. 오래된 돌담과 바람 사이로, 짧은 산책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거제현관아는 조선시대의 관아가 있었던 공간이다. 이곳에 서면 전통 한옥의 처마 끝이 시간 속 정지된 풍경처럼 펼쳐진다. 역사의 무게가 깃든 건물들은 아이들의 발걸음과 나란히, 누구에게나 열린 배움의 마당이 된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이 곳은 지붕과 대문, 마당의 자갈길 하나까지 오랜 숨결을 품고 있다.

 

거제가 바다로만 빛나는 도시가 아니라는 사실은 유적지를 걷는 발끝에서 비로소 느껴진다. 잊힌 자리마다 새겨진 이름 없는 세월의 이야기와 조용히 흐르는 바람을 만나는 이 길은 각박한 오늘에 작은 쉼표를 건넨다.

 

6월의 바람과 함께하는 이번 거제 유적지 여행은 걷는 이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자연과 역사를 나란히 걷는 이 길은, 계절이 흘러도 여행자의 내면에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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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세포성#거제현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