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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나면·100분토론 결방 여운”…대선 개표 중계→방송가 멈춘 공기 속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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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나면·100분토론 결방 여운”…대선 개표 중계→방송가 멈춘 공기 속 긴장감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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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거리가 선거의 물결로 가득 찬 저녁, ‘틈만나면’과 ‘100분 토론’ 등 평소 익숙하게 울려 퍼지던 방송들이 한순간 자취를 감췄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던 드라마틱한 리얼리티와 유쾌한 토론의 시간은 잠시 멈추었고, 국민적 선택이 이끄는 순간의 무게만이 브라운관을 채웠다. 웃음과 위로가 흘렀던 일상의 텔레비전 공간은 이날만큼은 오롯이 미래의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땅으로 변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 방송이 전파를 장악하면서, KBS 1TV의 ‘동물의 왕국’, ‘6시 내 고향’, ‘이웃집 찰스’, ‘대운을 잡아라’와 같은 프로그램이 휴식에 들어갔다. 한편 KBS 2TV는 흔들림 없이 기존 편성을 고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MBC 역시 프로그램 변화의 흐름 속에 ‘오늘N’, ‘친절한 선주씨’를 비롯해 집요한 시선을 전하는 ‘100분 토론’, 그리고 ‘PD수첩’까지 잠시 걸음을 멈췄다. SBS에서는 ‘틈만나면’, ‘김원희의 원더랜드’, ‘신발 벗고 돌싱포맨’ 등 다양한 예능이 공백을 남겼다.  

  

이 변화의 파도는 종합편성채널에도 번져 JTBC의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사건반장’, ‘길바닥 밥장사’와 채널A ‘이야기 더’가 결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TV조선 ‘메디컬다큐-더 팩트’, ‘건강한 집2’, ‘아빠하고 나하고’ 역시 시청자와 잠시 이별했고, MBN의 ‘엄지의 제왕’, ‘한일톱텐쇼’도 다음 주를 기약했다. 방송가 전역이 대선에 집중하며, 익숙한 코미디와 감동 대신 한 나라의 방향을 묻는 집단적 떨림이 저녁을 지배했다.

“일제히 결방”…‘틈만나면’·‘100분토론’, 대선 개표 방송→시청자 발걸음 멈췄다
“일제히 결방”…‘틈만나면’·‘100분토론’, 대선 개표 방송→시청자 발걸음 멈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오후 2시 투표율은 65.5%로 동시간대 역대 최고치를 새로운 기록으로 남겼다. 전체 유권자 약 4440만 명 중 약 2910만 명이 이미 자신의 소중한 마음을 펼쳤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1542만여 명, 그리고 재외·선상·거소 투표조차 한 표로 더해져, 모두의 관심과 긴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TV 화면 속 고요함은 사실상 대선 개표 방송이라는 커다란 사건의 중심에서, 삶의 무대가 투표소로 옮겨진 오늘의 풍경을 보여줬다. 브라운관에서 익숙한 인물 대신 불꽃 튀는 선택의 순간들이 전해질 때, 시청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공백’을 마주했다. 프로그램들은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는 휴식에 들었지만, 대선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울림은 지금 이 순간을 오랜 시간 기억에 남게 한다.

 

개성 있는 참가자들과 솔직한 토론으로 매주 화제를 모으던 ‘틈만나면’과 ‘100분 토론’ 등 주요 정규 프로그램은 깊은 쉼표를 찍으며, 대선 개표 현장 중계로 특별한 공백을 남겼다. 익숙한 웃음이 멈춘 시간, 텔레비전 너머에는 각자의 손으로 써내려가는 역사의 물줄기 한가운데가 놓여 있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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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나면#100분토론#대선개표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