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토마토 물결, 트롯 선율로 물들다”…고랭지 여름을 적시는 횡성의 축제
요즘, 여름이면 토마토 풀장에서 신나게 뛰노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때는 농산물로만 여겨졌던 토마토가 지금은 마을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매년 횡성 둔내면에선 토마토의 화사한 붉은 빛과 시원한 물줄기가 어우러져 지역의 풍경을 다시 그린다.
축제장의 백미는 단연 토마토 풀장이다. 바쁜 도시 사람들도, 방학을 맞은 아이들도 한결같이 환호 속에 풀장으로 뛰어든다. 손에 닿는 토마토의 촉감과 물놀이의 생동감, 그리고 토마토 주스처럼 붉은 파도가 이색적인 즐거움을 전한다. 풀장뿐 아니라, 금반지 등 각종 경품이 걸린 깜짝 이벤트와 OX퀴즈, 특이한 모양의 토마토를 뽑는 게임까지 현장은 연신 웃음소리로 넘친다. 봉숭아 물들이기, 에코백 꾸미기 등 정성스런 손길이 오가는 체험 부스도 인기를 끈다.

이런 변화는 세대 불문 현장 참여로도 확인된다. 축제 2일 차 밤, 한가운데 마련된 무대에서는 ‘태기산트롯 대전’이 열린다. 동네 어르신과 2030 젊은이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트롯 가락에 맞춰 몸을 흔든다. 맛있는 토마토 음식이 가득한 장터와 향토식당에선 강원의 여름이 식탁 위로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지역 농산물이 단순 식재료를 넘어 공동체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과정”이라 분석한다. “토마토풀장처럼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은 도시에서 잃었던 감각을 되살린다”는 반응도 많다.
실제 SNS에서는 “풀장 체험이 아이도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런 동네축제의 온기가 부럽다”는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는 “여름휴가 대신 토마토축제를 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축제의 풍경은 일상과 휴식, 공동체와 놀이가 자연스럽게 한 데 어우러진다.
토마토라는 작은 과실에서 시작된 체험은 자연스럽게 세대의 벽을 허물고, 나와 가족, 이웃을 다시 잇는다. 돌아가는 길, 열기 가시지 않은 손끝에 붉은 물결의 감각이 오래 남는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피어난 축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