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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시뮬로 항암제 내성 돌파”…KAIST, 신약 표적 확장 주목
IT/바이오

“컴퓨터 시뮬로 항암제 내성 돌파”…KAIST, 신약 표적 확장 주목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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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내성이 극복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의 핵심 유전자를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정밀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론은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의 신약 개발뿐 아니라, 당뇨병 등 치료가 어려운 대사질환 분야에도 확장 적용이 가능해 업계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현욱·김유식 교수팀은 대사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해,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유방암 세포에서 다시 약물에 반응토록 만드는 유전자 표적을 자동 예측하는 컴퓨터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차세대 단백체 분석 데이터와 대사 네트워크 모델을 결합, 특정 유전자를 가상 낙아웃(knockout)했을 때의 생물학적 변화를 대규모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실제로 독소루비신 내성 세포에서는 GOT1 유전자, 파클리탁셀 내성 세포에서는 GPI 유전자, 두 약물 모두에 공통적으로 SLC1A5 유전자를 신약 표적으로 선별했다.

특히 기존 약물 내성 예측 기술보다 표적 선정의 정확도와 반복성이 크게 높아진 점이 두드러진다. 기존에는 방대한 실험실 실험이 필요했으나, 이번 연구처럼 컴퓨터 가상 실험(인실리코, in silico)과 제한적 실물 실험만으로도 핵심 표적을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예측된 유전자를 실제로 억제한 결과, 내성 암세포가 다시 항암제 치료에 효과적으로 반응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또 서로 다른 유방암 세포주에서도 해당 유전자 억제 시 일관된 민감화 효과가 나타났다.

 

응용 가능성은 암을 넘어 감염병이나 난치 대사질환까지 넓어진다. 세포대사는 당뇨,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이번 예측기술의 적용 범위와 잠재 가치는 더욱 커졌다. 의학 현장에서는 환자별 맞춤형 신약 개발, 재발 방지, 치료 불응 극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대사 네트워크 분석 등 수치 기반 신약 표적 발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KAIST 방식은 실험 비용 절감과 표적 정확도를 동시에 높인 차별화된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유럽 주요 연구기관들도 환자 맞춤 대사 예측과 병용투여 대상 선정 등에서 유사한 계산생물학 방식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한편 관련 규제와 상용화도 주목된다. 식약처 등 규제기관에서는 인공지능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신약 검증의 타당성, 임상 적용 적합성 등 제도 검증을 병행하고 있다.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한 추가 데이터, 기술 표준화, 데이터 보호 등도 차세대 과제로 꼽힌다.

 

김현욱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최소한의 실험 데이터를 결합해 내성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겨냥할 수 있는 핵심 유전자 표적을 찾은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암과 난치성 대사질환 신약 표적 발굴에도 기여할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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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항암제내성#대사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