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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 동원해 두릅 채취·닭장 설치”…육군 사단장 ‘갑질’ 의혹, 직무배제 후 조사 착수
정치

“부대원 동원해 두릅 채취·닭장 설치”…육군 사단장 ‘갑질’ 의혹, 직무배제 후 조사 착수

한채린 기자
입력

육군 보병 부대 사단장의 갑질 의혹을 둘러싸고 군과 인권단체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단장이 부대원을 시켜 두릅을 따고 닭장을 만드는 등 정상적인 임무와 무관한 업무를 지시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인권센터와 군 내 감찰 조직이 맞붙는 양상이다. 21일 군인권센터가 폭로에 나서자, 육군은 즉각 해당 사단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군인권센터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모 부대 A 사단장이 부하들에게 갑질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센터는 4월 중순 부대 체력단련 시간, 사단장이 비서실 직원들에게 주둔지 내 두릅을 채취하도록 시켰으며, 이후 군용 물자 가방에 담지 못할 정도로 많은 두릅을 따다가 종이 가방에 포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관 뒤편에 닭장을 만들도록 하고, 교회 참석까지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센터는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추가 비위 의혹도 제기했다.

폭행과 예산 유용 의혹까지 쏟아졌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직할 부대장들과의 운동경기에서 경기 참가자가 다치자, 사단장이 비서실 직원을 재촉하며 허벅지를 걷어차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 접수됐다. 뿐만 아니라, 사단장이 공관 예산 182만원 중 80만원을 필라테스 가구 구입에 썼다는 예산 전용 의혹도 함께 주장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피해자들이 국방부 익명 신고시스템에 내부 신고를 했지만 묵살됐다"며 "사실상 비위행위를 은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가 문제를 무시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고립됐고, 사단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제보자를 겨냥했다"고 덧붙였다.

 

육군 당국은 신속하게 진상 조사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사단장을 분리 파견했다"며 "현재 감찰실에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은 폭력과 예산 유용 등 추가 제기된 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국방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지휘관 갑질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이번 사안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육군은 사단장 직접배제와 현장 감찰 착수로 내부 대응에 나섰으며, 결과에 따라 추가 인사 조치 등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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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군인권센터#a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