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거식증 환자 급증”…SNS와 외모집착이 촉발한 경고음
청소년 섭식장애가 빠르게 확산되며 정신 건강은 물론 사회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뼈가 보일 정도의 마른 몸을 강조하는 ‘뼈마름’ 트렌드가 10대 사이 유행하면서, 극단적 절식이나 구토 등 자기 파괴적 행동이 만연해진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섭식장애 진료환자 중 10~19세 청소년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며, 여성 비중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업계에선 이를 ‘청소년 정신건강 관리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이슈의 핵심은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대식증(폭식증) 등 정신건강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경우 음식 섭취 제한으로 체중이 정상 대비 80% 이하로 내려가거나 체질량지수(BMI)가 17 이하까지 급감한다. 신경성 대식증은 폭식과 구토, 설사약 남용 등으로 이어지며 신체적 부작용 역시 심각하다.

기술적으로는 SNS의 확산과 맞물린 외모 중심 문화가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 필터링 기능 등으로 ‘마른 몸매’ 이미지가 확산되며, 연령별·성별 군집화까지 조장되는 현상이 포착된다. 이는 단순한 미디어 영향이 아니라 AI 기반 콘텐츠 노출 방식의 구조적 오류와도 관련이 깊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뼈마름’ 관련 검색량과 이미지 노출 빈도가 2배 이상 증가했고, 2차·3차 노출을 통한 심리적 압력이 가중됐다.
임상 현장에서는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반복해서 강조된다. 섭식장애가 단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 저하,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수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섭식장애는 방치할수록 자살 위험까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어 예방·치료 시기가 곧 예후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SNS 알고리즘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청소년 보호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의료계가 선제적 상담 시스템 도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질적 법제화나 디지털 환경 개선은 아직 더딘 상황이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보호,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장치 등 일부 제도는 있으나, 기술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체가 나서 디지털 환경과 정신 건강 전체를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이번 청소년 섭식장애 이슈가 실제 시장과 공중보건 정책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