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국 제재에 전략적 인내”…북한 김은철, 대북 압박엔 정면 대응 시사

윤가은 기자
입력

북한과 미국 사이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연이어 대북제재에 나서자 북한 외무성 김은철 미국 담당 부상이 강경 담화를 내면서 양국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북미 대화 무드에 변곡점이 감지되는 가운데, 북한은 당분간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김은철 부상은 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현 미 행정부가 우리를 끝까지 적대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우리 역시 언제까지든지 인내력을 가지고 상응하게 상대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수위를 높인 데 대한 첫 공식 반응이다. 또 “미국의 악의적 본성이 또다시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새 미 행정부 출현 이후 최근 5번째로 발동된 대조선 단독제재는 미국의 대조선정책변화를 점치던 세간의 추측과 여론에 종지부를 찍은 하나의 계기”라고 평가했다.

김 부상은 “미국은 압박과 회유, 위협과 공갈로 충만된 자기의 고유한 거래방식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언제인가는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미련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미국의 제재 집념은 치유불능의 대조선정책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사례로 기록될 뿐이다”라고 지적하며 제재로는 북한의 대미 정책 변화나 대화 유도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을 “상응하게 상대하겠다”는 표현을 통해, 북한 역시 필요한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가 ‘강 대 강’ 대결 구조로 돌아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상응하게 상대한다는 표현은 기존의 비례적 정면대결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경우 북미 간 강경 기조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북한 담화가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기보다는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고, 대외매체에만 게시됐다는 점에서 최대치 긴장 고조 국면은 아닌 것으로 해석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급의 반응이고, 수위가 낮다”고 진단했다.

 

미국 재무부는 4일, 북한 국적자 8명과 북한 현지 기관 2곳을 사이버 범죄 자금 세탁 등 문제로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 국무부 역시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에 관여한 3국 선박 7척에 대해 유엔 제재 대상 지정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회담이 무산된 이후 단행됐다는 점에서 대화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따른다.

 

정치권은 북미 간 입장 강경화가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엔 관련 담화가 실리지 않은 점 등도 복합 분석 지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북한의 공식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북미 대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의 후속 조치와 추가 메시지를 주목하며 대응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윤가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은철#대북제재#북미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