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우승 새 역사”…우상혁, 아시아선수권 제패→유럽 무대 도전
잔뜩 젖은 트랙 위, 그가 마지막 도약을 준비하는 순간 경기장엔 특별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가 숨죽이는 가운데 우상혁은 아시아 정상에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증명했다. 환한 미소와 함께 높이뛰기 바를 힘차게 넘은 그는, 세계에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29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 우상혁은 2m29를 가볍게 넘으며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지난 2023년 방콕 우승 이후 대회 2연패. 한국 선수로는 30년 만에 대회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그 이면에는 2m15부터 2m29까지 모두 1차 시기 만에 성공하는 압도적 경기력과,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승부에 임하는 진중한 태도가 있었다.

우승의 순간, 우상혁은 아시아선수권 개인 통산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추가했다. 이진택 이후 30년 만에 한 명의 선수가 세 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통산 3회 이상 아시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우승을 이룬 이는 우상혁과 이진택, 단 두 명뿐이다. 2m33에 도전했던 마지막 시기에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결승 내내 그의 표정에는 기쁨과 만족이 교차했다.
이날 우승으로 새 역사를 쓴 우상혁은 곧바로 세계 무대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다가오는 6월, 다이아몬드리그 로마와 모나코 대회 등 유럽 시리즈가 기다린다. 특히 로마 대회에는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해미시 커,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 올레 도로슈크, 미국의 주본 해리슨 등 세계 최강자들이 경쟁에 나선다.
지난 올림픽 7위에 머물렀던 기억은 어느새 먼 과거가 됐다. 이후 5연승을 이어오며 자신감을 쌓았고,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선명하다. 우상혁은 “도쿄 세계선수권 정상이 꼭 목표”라며 과정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팬들은 경기장과 SNS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그의 여정에 힘을 실었다.
다른 선수들, 코칭스태프, 그리고 가족의 격려와 박수가 물결치는 가운데, 우상혁은 자신의 다음 경기를 위해 또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낯선 유럽 무대,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도전의 기록 앞에서 그의 발걸음에는 꿈과 무게가 공존한다.
6월 7일, 이탈리아 로마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또 다른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다가올 세계선수권 우승을 향한 결연한 의지, 그리고 파이널 진출을 노리는 점퍼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지금 이 순간도 팬들은 그 뒷모습에 조용히 기대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