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삼척 유산 따라”…불술 명인·문어 부자, 마음 한 자락→삶의 기록으로 남겨지다
삼척의 해와 구름 사이, ‘동네 한 바퀴’는 오늘도 조용한 한 걸음을 시작했다. 산자락에 깃든 오랜 내력과 바닷가에 스며든 정직한 땀방울이 교차하는 곳, 삼척은 태백산맥의 품과 동해의 숨결을 안고 느리게 흘렀다.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삼척의 여름, 그 풍경 곳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기록은 따스하게 시청자의 심장을 두드렸다.
정갈한 오지의 산꼭대기,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부부는 손끝마다 정성을 새기며 전통 불술을 빚는다. 쌀겨에 불을 붙여 술독을 익히는 방식, 그리고 일본술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빚음이 오롯이 잔에 담겼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전통주 명인의 쉼 없는 걸음에는 세월을 단단하게 견뎌온 부부의 긍지와 순수함이 서려 있다.

산 중 작은 집에서 임정숙 씨가 떠올리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고향에 남은 기억이다. 대도시를 떠나 다시 돌아와 뿌리를 잡은 텃밭과 식당, 청국장 냄새가 번지는 이른 아침의 부엌은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정성으로 차려진 한 상에 아버지의 유산과 딸의 그리움이 켜켜이 얹혀 있다. 텃밭의 산나물, 가족의 하루, 더딘 시간의 흔적이 천천히 식탁 위에 내려앉는다.
도심의 폐여관 벽 너머, 공예작가 윤혜미 씨와 딸이 만든 바닷빛 공방에도 작은 기적이 있음을 ‘동네 한 바퀴’는 비춘다. 버려진 유리 조각과 조개껍데기에서 피어난 예술, 담벼락의 벽화와 지역 예술 협동조합까지. 모녀의 손길은 삼척의 내일과 변화를 조용히 일구며, 동네에는 미소가 번지고 소소한 위로가 자라났다.
돌탑이 끝도 없이 이어진 불각사에서 관봉스님은 서두르지 않고,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을 돌 하나하나에 새겼다. 수십 년 쌓은 탑 위에는 은은한 불심과 자신을 담은 시간이 흐르고, 절과 돌 사이 바람에는 인생의 겸허함이 배인다. 관봉스님의 저음 어조와 꾸밈없는 성찰이 삼척의 숲에 퍼졌다.
절벽 위에서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죽서루. 고려 말부터 전해진 국보의 자리, 강과 산,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선인들의 풍류와 삼척의 시간을 응축한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누각은 시대는 달라도 변치 않는 감동을 안긴다.
앞바다 장호항에선 어부 김영석 씨와 아들 김동범 씨가 나란히 배를 탄다. 문어 한 마리를 잡기까지의 인내와 기다림, 아버지의 위로와 아들의 웃음 안에는 바다가 품은 하루의 애틋함이 녹아 있다. 오늘 문어를 못 잡으면 내일을 기약하는 부자는 거센 파도에도 흔들림 없이 서로를 지탱한다.
삼척의 시간은 결코 멈춘 게 아니라, 오랜 인연과 숨결을 차곡차곡 이어왔다. ‘동네 한 바퀴’는 산과 바다, 그리고 사람 사이 천천히 피어오른 삶의 의미와 잊힐 뻔한 마음들을 조용히 품는다. 삼척 여정의 기록은 8월 16일 토요일 저녁 ‘동네 한 바퀴’ 332화에서 또 한 번 깊은 감동으로 그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