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된 체육계 폭력”…상주중 씨름감독, 삽 폭행→선수 극단 선택 시도
조용했던 씨름장에 갑작스레 드러난 폭력의 흔적, 그리고 침묵의 시간. 지난 6월 5일, 경북 상주 중학교 씨름부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한 학생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치명적인 상처로 남았다. 감독은 훈련 태도를 문제 삼아 삽으로 2학년 선수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고, 적막했던 연습장은 곧 고통과 분노로 뒤덮였다. 빠른 의료 조치에도 불구하고, 피해 학생의 상처는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봉합해야 할 만큼 깊었다. 두 달 가까이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고, 그동안 진실은 체육관 벽 안에 고요히 갇혀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피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면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학생 아버지가 아이를 발견해 구조하는 과정에서 폭력 피해가 드러났고, 학교는 그제야 감독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온 뒤 경북씨름협회는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를 접수하고, 센터는 조사관을 급파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운동선수 학부모연대, 체육시민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감독에게 형사 처벌과 영구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체육계 스포츠폭력 구조와 철저한 은폐의 실태에 분노가 쏟아졌다.

스포츠인권연구소와 문화연대 등은 이번 사건이 교육기관과 체육행정의 관리 부실, 그리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학부모연대와 시민단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그리고 각학교와 교육청이 학생 선수의 권리와 안전 보장에 책임 있게 나서라고 강조했다. 학교 운동부 내의 폭력 구조가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제도 개혁과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성명도 잇따랐다.
감독과 학교를 대상으로 경찰과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상주 중학교 씨름부의 미래와 전국 학교 운동부의 시스템 전반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학부모와 시민은 선수 보호와 체육계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울림을 보내고 있다. 선수들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요청되는 지금, 이번 사건이 던진 질문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