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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생산 1,337만 배럴로 하락 전환”…EIA, 글로벌 시장 긴장 고조→셰일업계 구조적 한계 드러나
국제

“미국 원유 생산 1,337만 배럴로 하락 전환”…EIA, 글로벌 시장 긴장 고조→셰일업계 구조적 한계 드러나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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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초여름, 미국의 드넓은 평원 위에 고요한 불빛이 스며든다. 한때 거센 기름의 파도가 밀려왔던 텍사스와 북다코타의 유정은 다시 깊어가는 적막에 잠긴다. 세계 원유 시장의 맥박을 뛰게 했던 이곳에서, 그 움직임이 이전과 사뭇 달라져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이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337만 배럴로 낮춰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12만 배럴, 올해 예상 대비로도 줄어든 수치다.

 

EIA의 이번 ‘단기 에너지 전망’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처음으로 생산의 감소곡선을 예고했다. 유가의 지속적인 약세와 함께 시추 및 유정 완공 건수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내 가동 중인 시추 장비는 현재 442기 수준으로, 1년 새 50기 이상 줄어드는 고요한 퇴조를 기록했다. 눈물 젖은 파이프라인 끝에서 시추업체 ‘다이아몬드백에너지’조차 이미 생산량이 고점을 지나섰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년 원유 생산 1,337만 배럴 전망…EIA, 12만 배럴 하향 조정
미국 내년 원유 생산 1,337만 배럴 전망…EIA, 12만 배럴 하향 조정

정치적 수사는 여전히 현장과 어긋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국면마다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쳐오며 셰일오일 시추 규제 철폐, 생산 확대로 미래를 그렸으나, 실제 생산은 구조적 한계와 시장 논리를 넘지 못했다. 국제 유가는 산유국 협의체 ‘OPEC+’의 공급 확대, 미중 무역관세전쟁 등 복합적 변수 앞에서 65달러 선에 머무르며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앉았다. EIA는 올해 WTI(서부텍사스산원유) 평균 가격 62.33달러, 내년에는 55.58달러까지의 하락을 내다봤다.

 

이틀뿐인 하루처럼, 미국 유전의 맥도 잠시 숨을 고른다. 글로벌 원자재 분석기관인 ‘S&P 글로벌원자재인사이트’는 올해 중순부터 내년 말까지 미국 원유 생산이 64만 배럴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 그림자 아래, 셰일업계 증산 기대는 무뎌지고, 국제 원유 시장의 파장은 점점 더 거세지며 확대된다.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공급 둔화와 가격 변동성은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 시장에 연쇄작용을 예고한다.

 

정책과 자원의 뿌리는 땅에 깊이 묻혀 있고, 그 위를 흐르는 세계 경제의 바람결은 점점 더 예측 불가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미국이 다시 원유 생산 선두의 자리를 지킬지, 혹은 글로벌 에너지 지각변동의 중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 국제사회는 냉정하게 그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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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너지정보청#e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