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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매드슨, 누아르 상징을 남기고 떠났다”…천둥 같은 연기→깊은 상흔에 팬들 ‘먹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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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매드슨, 누아르 상징을 남기고 떠났다”…천둥 같은 연기→깊은 상흔에 팬들 ‘먹먹’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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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매드슨의 이름만으로도 아스팔트 위에 내려앉은 어둠과 진동이 엇갈린다. 누아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새긴 마이클 매드슨은 영화 팬들, 동료, 평단 모두에게 잔상을 남긴 채 흘러간 시간이 됐다. 그의 마지막은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자택에서 맞이한 심장마비였다. 향년 67세, 삶의 무게와 상처를 껴안았던 배우의 마지막 순간은 전 세계 영화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차가운 응급차 소리가 잠시 떠난 자리, 그의 매니저 론 스미스는 사인이 심장마비였음을 전하며 모든 애도의 마음을 보탰다. 경찰 당국 역시 외상 흔적은 없었다고 밝힘으로써, 생의 마지막이 한 여름 조용한 이별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마이클 매드슨 / 연합뉴스
마이클 매드슨 / 연합뉴스

마이클 매드슨은 1957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1980년대 초반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가 누아르의 실체로 각인된 작품은 단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이었다. 잔혹한 듯 고독한 미스터 블론드 역, 그리고 명곡 ‘스턱 인 더 미들 위드 유’가 흐르던 경찰 고문 장면은 누아르의 리듬과 상징이 한데 어우러진 시대의 장면이 됐다.

 

뒤이어 ‘킬 빌’ 시리즈 속 버드, ‘델마와 루이스’, ‘도니 브래스코’, ‘씬 시티’, ‘더 헤이트풀 에이트’,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까지, 40년 넘게 30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를 자신의 얼굴로 채웠다. 그가 연기한 악역들은 단순한 사악함을 넘어 고독과 서정, 잔혹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인간상이었다.

 

동생이자 배우인 버지니아 매드슨은 “마이클은 천둥과 벨벳 같은 사람이었다”며 어린 시절의 장난기와 시인 같은 부드러움을 함께 떠올렸다. 동료 배우들과 후배들은 각자 소셜미디어, 공식 성명을 통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특유의 존재감에 경의를 표했다. 

 

마이클 매드슨은 생의 여러 굴곡도 견뎌왔다. 두 차례의 음주운전 체포, 가족 갈등, 그리고 아들 최명철의 죽음까지, 그의 인생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하지만 대중 앞에 선 매드슨은 언제나 그 상흔을 작품 너머 예술로 승화시키는 남다른 힘을 보여줬다. 

 

최근까지도 여러 장편 영화의 개봉을 앞두며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8년 인터뷰에서는 “기대치가 낮을 때 가장 훌륭한 영화가 탄생한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며 불완전함마저 사랑한 배우였다. 

 

마이클 매드슨의 별세 소식은 팬들과 영화계에 깊고 오래 남을 상흔을 남겼다. 누아르와 범죄영화의 경계 위, 그의 유산은 배우와 감독, 관객 모두의 가슴에 시적 음악처럼 울려 퍼질 예정이다. 시간은 흘러도, 미소 뒤에 숨은 서정과 거친 목소리는 영화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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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매드슨#누아르#저수지의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