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3대 가속 인증”…네이처셀, 美 줄기세포 생산설비 투자 확대
줄기세포 치료제가 글로벌 규제 혁신의 중심에 서고 있다. 네이처셀은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3대 개발 가속 프로그램을 모두 통과했다. 회사는 이번 승인을 토대로 2028년 최종 시판 승인을 타깃 삼아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조기 시장 진입에 나섰다. 업계는 미국 내 바이오 신약 경쟁과 첨단 세포치료 산업의 분수령이 될 사안으로 본다.
네이처셀은 9일,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현지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5년간 약 4,100억원(3억달러)을 투자해 미국 내 연구·생산시설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FDA 3상 임상시험 착수와 향후 시판에 대비한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미중 무역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전략도 내포한다. 생산시설은 연간 100만명 치료분을 커버할 수 있는 규모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나 애나폴리스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한국에서 전문 인력 100명을 파견하고 미국 현지에서 500여명을 신규 채용, 첨단 줄기세포 배양·제조 역량을 양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조인트스템은 환자 본인에게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주사해 무릎 연골을 재생하는 세포치료제로, 2023년 동정적 사용(EAP) 승인까지 획득하며 지난해 RMAT(첨단재생의료치료제), BT(혁신적 치료제) 지정과 함께 세포치료제 최초로 FDA 3대 가속 인증을 받았다. FDA는 조인트스템의 경우, 통상적인 두 차례의 3상 임상 중 한 번만 실시하면 되는 특례까지 적용했다. 네이처셀은 2상 종료 미팅(EOP2) 후 2024년 10월 3상 개시 승인 획득, 내년부터 2년간 임상을 진행해 이르면 2028년 최종 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중대한 질환 신약을 임상 완료 전 조기 출시 가능케 하는 가속승인 제도(Accelerated Approval) 적용도 미국 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기술적으로 조인트스템의 강점은 환자 개별 맞춤 줄기세포 활용에 있다. 외부 세포이식이 아닌 본인 세포 배양 방식으로 면역 부작용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고, 무릎 연골의 근원적 재생이라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한다. 기존 약물치료 대비 근본적 치료 효과와 장기적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하다.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성장세가 뚜렷하다. 유사한 퇴행성관절염 세포치료 분야에서 일본의 메소블라스트, 미국의 오서스테라퓨틱스 등이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FDA 3대 가속 승인을 한 번에 받은 사례는 네이처셀이 최초로, 미국 진출의 상징성과 진입 장벽 해소 측면에서 업계 관심이 모인다.
미국 식약당국의 규제 혁신에 힘입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최근 보완된 장기추적자료를 중심으로 조인트스템 품목허가를 재검토 중이다. 네이처셀은 2021년 국내 허가 신청이 조건 미충족으로 반려됐으나, 지난해 3월 데이터 보완으로 다시 임상적 유의성 확보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치료제가 FDA의 혁신가속 시스템을 모두 통과한 것 자체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한다.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은 “한국의 줄기세포 기술 기반 의약품이 세계 최초로 세 가지 인증을 모두 받은 것은 국내 기술력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조인트스템의 이번 미국 진출이 향후 첨단 재생의료 분야 전반에 견인 효과를 줄지, 실제 시장 안착까지 얼마나 규제 허들이 낮아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술, 규제, 산업 생태계 전환이 바이오 혁신의 열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