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수 결집 못하고 중도마저 이탈”…국민의힘, 장기 지지율 정체에 고심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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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재편의 기로에 선 국민의힘이 장기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약 5개월 앞두고 각종 이슈가 겹치면서 당 내부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책 혼란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까지 맞물려 있지만 제1야당 입장에서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한 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6·3 대선 당시 30%대를 넘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때 20%대 아래로 떨어졌다가, 8월 이후 20%대 초중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0%대 초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확연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세부적으로도 국민의힘은 전통 지지층조차 확실하게 결집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지지율은 42%에 머물렀고, 보수 성향 응답자 중 55%만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중도층 지지율은 19%로,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42%)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당층 비율도 27%로 국민의힘 지지층보다 많았다.

 

최근 부동산 혼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논란, 한미 관세협상, 대장동 항소 포기 등 굵직한 현안에서 여권을 향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여론의 흐름은 국민의힘을 향하지 않고 있다. 특히 부동산 이슈는 문재인 정부 시기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를 남길 만큼 민심의 파장이 컸던 사안임에도, 야당의 문제 제기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뼈아프다는 반응이 많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고 있다. 오는 2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 중진과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선고 결과가 당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27일에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 본회의 표결에 오른다. 내달 초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 결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특검 수사와 내란 프레임에 더욱 몰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겉으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침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썰렁한 민심과 지도부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내란 프레임에 아직도 갇혀 있어 무엇을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정권 초기 부담도 크다”며 “사법 리스크 문제가 정리되고 당의 성과를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계엄령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6·3 대선 패배를 연이어 겪었음에도 뚜렷한 반성과 혁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윤어게인’과의 결별 없이 새 출발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국민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도 재조명되고 있다. 장 대표는 야당 주도의 국정감사 국면에서 돌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고, 최근 황교안 전 총리의 체포에 대해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공개 언급해 극우 논란에 휘말렸다. 이 같은 행보가 일반 국민과 중도층 시선을 잡는 데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한 재선 의원은 “한 표라도 더 얻어야 이길 수 있는 소선거구제에서 집토끼만 안고는 승산이 없다”며 “중도층 표심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의 쇄신 방향, 리더십 문제, 사법 리스크 해법 등이 맞물리며 국민의힘에 여전히 거센 시험대가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는 오는 20일 패스트트랙 선고와 27일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등 굵직한 일정을 남겨두고 있어 향후 정치권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무선전화 가상번호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접촉률은 47.5%, 응답률은 11.5%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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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지지율#장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