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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보다 더 매력적인 카드 필요”…스티븐 본, 한미 무역협상 난관 진단
정치

“관세보다 더 매력적인 카드 필요”…스티븐 본, 한미 무역협상 난관 진단

강민혁 기자
입력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자동차·철강 등 주력 품목의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통상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은 22일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한국이 주력하는 대미 투자 확대 카드만으로는 관세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한미 FTA 개정 실무를 맡았던 그는 “미국의 경제가 강한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 비용은 오를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본 전 실장은 특히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어떻게든 피하려 한다면 실망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들 품목에 판관세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그것이 미국의 물가 안정이나 일자리 증진에 직접적 양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어차피 관세와 상관없이 미국에 더 투자할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추가 투자가 관세 협상에서 효과적인 지렛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영국과 체결한 저율관세할당(TRQ) 합의와 비교하며, “현실적으로 그것이 미국이 다른 어떤 나라에도 줄 수 있는 가장 낮은 관세일 것”이라 설명했다. 영국의 사례와 달리 한국, 일본, 유럽연합은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 ‘시장 내 주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미국이 동일한 조건의 관세 인하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약 한국에 시장 접근성을 허용한다면, 일본과 EU도 동일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는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본 전 실장의 발언을 두고 미 행정부의 강경한 보호무역 의지와, 트럼프 전 대통령 체제하에서 자유무역 복귀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재확인했다는 평이 이어진다. 다만 본 전 실장은 “미국 시장이 여전히 EU·중국 등 타국에 비해 매력적인 무역 파트너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미 협상이 조기에 타결될수록 한국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현실 진단도 나왔다. 그는 “미국 경제가 순항하는 한, 대통령은 더 강한 협상력을 지니게 된다”며 “합의를 미루는 쪽이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관세 자체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하며, 이를 포기하려면 그보다 더 매력적인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 내에서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다양한 협상 카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본 전 실장은 “쌀, 소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 확대 수입이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협상 절차상 장관급 협의 이후, 대통령 간 논의로 이어지는 것이 최선”이라며 성급한 정상회담 개최에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시, 추가적인 대미 투자나 농산물 시장 확대와 같은 새로운 ‘무역 카드를’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한미 양국의 통상 갈등이 올해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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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본#트럼프행정부#한미무역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