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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글로벌 재정 불안 신호에 금융시장 변동성 확산
국제

“미국·영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글로벌 재정 불안 신호에 금융시장 변동성 확산

박진우 기자
입력

현지시각 2일, 미국(USA)과 영국(UK)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금융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일시적으로 4.99%까지 상승, 심리적 저항선인 5%에 근접했고, 영국 30년물 금리는 2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국의 재정 적자와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변하고 있다.

 

이번 장기물 금리 상승 국면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관세 수입 감소와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부상한 데서 촉발됐다. 미국 10년물 금리도 4.26%로 3.2bp 상승하며 채권 가격은 동반 하락했다. 영국에선 올해 성장률 둔화, G7 중 최고 수준의 물가, 공공재정 압력까지 겹치며 30년물 국채 금리가 1998년 5월 이래 최대인 5.69%로 치솟았다. 최근 1년간 그 상승폭은 미국과 독일 국채를 모두 상회하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 4.99%…영국 27년 만에 최고치
미국 30년물 국채금리 4.99%…영국 27년 만에 최고치

영국 정책당국의 행보도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잉글랜드은행의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는 흐름 속에 키어 스타머 총리는 경제 전문가를 총리실에 영입하는 등 재정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프랑스의 경우 예산안 통과 난항과 내각 해산 가능성이 10년물(3.58%)과 30년물(4.507%) 금리 모두 2011년 이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독일 역시 10년물(2.78%), 30년물(3.41%)이 2011년 이래 가장 높게 뛰었다.

 

같은 날 발표된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로 나타나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 전반에 걸친 동반 상승은 국가 재정 여건 악화, 정책 결정 불확실성, 고물가 기조 등의 복합적 구조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채권시장 전문가 데이비드 잔은 “영국 국채 금리 폭등은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금리가 계속 오르면 결국 실질적 지출 삭감 등 불가피한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 역시 “정치적 압력 속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축소되면 국제 투자자들은 달러 표시 자산에서 금 등 대체 투자처로 이동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2% 오른 온스당 3,592.2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함께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금값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외신 뉴욕타임스(NYT) 등도 “글로벌 채권시장 동요가 각국 경제정책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을 예산안 심사, 선진국 공공재정 정책 변화, 인플레이션 및 성장률 전망 등 주요 변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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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채#영국채권#금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