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인의 밥상, 최수종의 문경새재 위로”…아리랑 기억되살린 삶→밥상에 깃든 울림
엔터

“한국인의 밥상, 최수종의 문경새재 위로”…아리랑 기억되살린 삶→밥상에 깃든 울림

오태희 기자
입력

고개를 넘는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언제나 아리랑의 오래된 선율이 머문다. 한국인의 밥상은 배우 최수종과 함께 문경새재의 길을 따라가며, 사라질 듯 다시 이어지는 기억과 삶의 한 조각을 밥상에 담아 전했다. 평범한 하루를 넘어서 본래의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에는 산과 고개, 그리고 사연 많은 밥상이 길게 드리워졌다.  

 

문경 하초리에서는 고갯길을 오가던 세월과 맞물려 소박한 식탁이 펼쳐졌다. 농사의 고달픔이 깊었던 시절, 마을 사람들은 소나무껍질로 끼니를 잇고 산나물과 버섯을 오가며 하루를 견뎠다. 들녘 곳곳에는 초여름의 두릅, 다래 순, 취나물 등 온갖 푸성귀가 숨 쉬었으며, 새벽마다 손수 캔 산나물과 밀가루를 버무려 찐 나물장떡과, 보리·김치·나물이 어울린 국은 모두의 허기를 달랬다. 다듬이질 소리와 따라 부르던 아리랑은 어려운 시절의 위로이자,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일상 한켠의 풍경이었다.  

“고개 너머, 아리랑의 기억”…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문경새재 길 위 삶→밥상에 스민 위로 / KBS
“고개 너머, 아리랑의 기억”…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문경새재 길 위 삶→밥상에 스민 위로 / KBS

역사와 함께 숨 쉬는 문경 불정역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졌다. 한때 광산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 열차의 기적과 인부들의 땀이 얼룩졌던 이 역에, 세월이 흘러 폐허의 정적만이 자리했다. 그곳에 남아 터전을 지키는 최상균은 미국에서 품었던 성악가의 꿈을 오페라 인형극으로 바꾸며 작은 역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고깃집과 열차는 사라졌지만, 이따금 풍기는 족살찌개 냄새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됐다.  

 

고개를 넘어 동화원과 수옥정에 자리한 마을에는 시간의 지층을 따라 걷는 이들이 있다. 조창호와 모친 김사옥 어르신은 옛 밭과 사라진 집터, 돌축대와 교적비에 새겨진 사연들을 더듬었다. 화전민으로 살아낸 척박한 세월과 새댁 시절의 정성은 수수떡 ‘무살미’와 강냉이 올챙이묵에 담겨, 함께 나눈 소박한 음식은 가난과 보릿고개 속에서도 이웃을 부르는 따스함이 됐다. 아이들의 무사를 기원하며 쪄냈던 떡, 서로를 부르던 언니 동생의 목소리에는 고개 너머, 잊히지 않는 온정이 깃들었다.  

 

길이 멀어도 밥상은 늘 하루의 위로로 남았다. 산과 들, 낡은 역과 지지 않는 식탁에 남은 시간의 조각들이 오늘의 밥을 만들어냈다. 삶의 무게를 견디던 이들의 이야기는 한 접시의 나물과 떡에 녹아, 다시금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남긴다.  

 

한국인의 밥상은 6월 5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문경새재 고갯길을 따라 이어지는 삶과 밥상의 사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할 예정이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국인의밥상#최수종#문경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