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검사 의무화”…이마네 칼리프, 월드 복싱 논란→유전자 검사 요구 확산
잔잔한 긴장감이 경기장에 맴돌았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복싱 66㎏급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스포츠계의 중심에 선 이마네 칼리프는 또 한 번 깊은 논란의 표적이 됐다. 새롭게 다가온 복귀전을 앞둔 그의 이름 아래, 복싱계를 흔드는 유전자 검사 방침이 공정성과 인권의 울타리 안팎을 오가고 있다.
월드 복싱은 7월 1일, 이마네 칼리프에게 정식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파리에서 금빛 통역이 된 순간조차 사라질 위기, 이번에는 선수의 출생 시 염색체 기준까지 요구하는 엄격한 절차가 추가됐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리는 복싱 컵 등 국제대회 참가를 준비하는 모든 여성 선수는 PCR 방식의 유전자 검사에서 ‘여성’ 기준을 통과해야만 링에 오를 수 있다.

월드 복싱은 “선수 모두를 위한 안전과 공정한 경쟁이 목적”이라는 설명과 함께, 향후 여성 경기 출전을 희망하는 선수가 남성 염색체를 지닐 경우 독립 전문가에 의한 유전자, 호르몬, 해부학, 내분비학의 전방위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 전했다. 절차가 까다로워진 만큼, 각국 복싱 연맹을 통한 결과 보고와 항소권 보장 등 법적·행정적 장치는 병행된다.
이마네 칼리프와 린위팅은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여권 성별 기준’에 따라 출전을 허용받아 귀중한 메달을 품에 안았다. 반면 국제복싱협회는 이들에게 ‘명시되지 않은 자격 요건’ 미달을 이유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금지시켜 복잡한 권력 구도와 행정 기준이 뒤섞인 논란을 증폭시켰다.
러시아 중심의 국제복싱협회가 각종 논란 끝에 올림픽 관장 기구 자격을 잃은 이후, 월드 복싱이 새로운 국면의 중심에 섰다. 변화한 기류 속에 유전자 검사 의무화라는 정책이 현실로 들어섰고, 팬덤과 인권단체, 선수 본인 모두 엇갈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마네 칼리프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목표로 국제대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유전자 검사 논란을 이유로 대회 불참을 선언하거나 엄격한 기준 적용을 요구하는 등 국제 복싱계의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세계육상연맹에 이어 월드 복싱이 도입한 이번 정책은 올림픽 종목들 중 두 번째 유전자 기반 성별 검사 사례로 기록됐다. 육상계는 이미 트랜스젠더 및 고테스토스테론 여성 선수의 출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복싱계에 미칠 파급 효과 역시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정성 수호와 인권 보장의 균형점은 어디일까. 복싱계는 최전선에서 그 해답을 구하고 있다. 이마네 칼리프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국제무대 출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월드 복싱의 새로운 정책이 선수단 구성과 대회 운영에 어떤 의미로 남을지 스포츠 팬들의 긴장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무대가 바뀔수록 질문도 새로워진다. 불완전한 정의와 인간다움이 마주하는 순간, 경기장엔 단순한 승부 그 이상이 흐른다. 복싱의 긴 그림자 너머, 이마네 칼리프의 다음 라운드를 지켜볼 시간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