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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일, 아들에 총기 겨눴다”…인천 송도 총격사건으로 본 가족 내 복수심의 비극
사회

“자신의 생일, 아들에 총기 겨눴다”…인천 송도 총격사건으로 본 가족 내 복수심의 비극

강예은 기자
입력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사제 총기를 사용해 자신의 30대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족 내 복수심의 극단적 표출과 그 근저에 깔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가족과 인근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으며,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규명에 나선 상태다.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경, A씨(63)가 자신의 생일을 맞아 방문한 아들 B씨를 사제 총기로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피해자는 아내, 두 자녀, 그리고 지인과 함께 아버지 집을 방문한 상황이었다. 범행 직후 A씨는 렌터카를 타고 서울로 도주했지만, 약 3시간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서울 도봉구 자신의 집에 인화성 물질과 발화 타이머를 설치했다고 털어놨다. 경찰특공대는 즉각 출동해 아파트 주민 105명을 대피시키고 해당 물질을 안전하게 제거했다.

총기 사고가 발생한 20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총기 사고가 발생한 20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 사건의 배경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A씨는 경제적·정서적으로 전처와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오랜 기간 박탈감을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아들은 전처가 이룬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었고, 이에 대한 질투와 분노, 복수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신의 생일 날,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전처에게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안기려 한 의도가 내포된 행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부부 간 복수를 목적으로 한 자녀 살해(스파우즐 리벤지 필리사이드)로 분류하며, 손주와 며느리 앞에서 성인 자녀를 살해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가해자가 술이나 마약 등 외부 영향 없이, 명확한 목표와 계획 하에 범행한 점”을 압박감, 절망감 등 심리적 요인의 직접적 작동으로 해석했다. 특히, 범행 후 자택에 설치한 폭발 장치를 나중에 털어놓은 데 대해서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 자각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재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A씨의 정밀 심리 분석에 착수했으며, “가정불화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 진술의 사실관계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A씨는 무직 상태로, 전처 명의의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가족 내 갈등과 더불어, 경제적 불균형과 정서적 단절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경찰과 관계 당국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법적 판단에 주목하고 있으며, 제도적 개선과 예방 대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구조적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유사한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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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오윤성교수#송도총기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