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이 일터를 흔든다”…아일랜드, ‘조용한 해고’ 속 고용시장 냉각 심화
현지시각 기준 11월 2일, 아일랜드(Ireland) 노동시장에서 공식 집단 해고 없이 인력을 감축하는 ‘조용한 해고(silent layoff)’ 현상이 대형 IT·물류 업체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아마존(Amazon), 패스트웨이(Fastway) 등 주요 기업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인건비 절감에 나서면서, 아일랜드 고용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발표된 아일랜드 중앙통계청(Central Statistics Office) 자료에 따르면, ‘직장 소멸(job destructions)’은 전년 동기 대비 9.4%나 급증했다. 대규모 해고 공시 없이 소규모 인원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이 같은 방식은 일부 기업이 부정적 여론을 우려해 외부 공개를 자제하며 확산되고 있다. 더저널(The Journal)이 집계한 자료에는 틱톡(TikTok), 페이팔(PayPal)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더블린(Dublin) 사무소에서도 반복적인 비공식 해고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조사업체 모건 맥킨리(Morgan McKinley)는 공식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조용한 해고’가 실제로는 고용 상황의 급랭을 방증한다고 진단했다. 현지 노동자들은 “수십 년 간 근무한 직원이 하루아침에 밀려나는 분위기”라고 토로하며, IT, 번역, 교육 등 비핵심 직군에서 AI 기반 자동화와 효율성 논리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아마존, 오라클(Oracle), 인텔(Intel) 등 다국적 기업들이 올해 아일랜드 내 정규직 감원을 공식화했으며, 인텔의 경우 반도체 경기 둔화 여파로 현지 생산라인에서만 195명을 해고하고, 37명의 협력사 직원까지 축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저널은 “2025년 구직 환경은 2018년이나 2022년보다 훨씬 더 불리하다”며, 비전문직 IT 분야와 프로젝트 매니저, 리크루터 간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 BBC와 CNN은 AI 기술 도입 가속 및 글로벌 금리·관세 리스크 등이 복합작용하며, 고용시장에서 ‘조용한 해고’가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더저널 역시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서두르고 있으나, 구조적 변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수도를 떠나거나 해외 이주를 고려하게 만드는 등 사회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6개월에서 1년간 해고 및 고용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기술 혁신이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현 시점에선 AI 전환의 속도가 노동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제사회는 AI와 자동화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아일랜드의 대응방안 감시를 이어가는 가운데, 향후 구조조정 추세가 유럽 고용시장 전반에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