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속도 아닌 합의”…이재명 대통령 ‘4.5일제’ 도입 신중론 강조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을 맞은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주 4.5일제와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변화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점진주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날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노동 시간을 줄이고 워라밸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시점을 특정하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은 “OECD 평균보다 120시간 이상 더 일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강제로 법을 통해 일괄 시행하면 갈등이 심각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한 점진적 변화가 최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노동생산성, 경쟁력, 삶의 질을 모두 고려한 현실 진단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많은 시간이 걸려도 점진적 변화가 일상화될 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과거 공장 노동 경험을 직접 언급해 현장성과 진정성을 드러냈다.
주 4.5일제 논의를 두고 일각에선 대기업·공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빈익빈 부익부’ 논란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진행 중인 변화가 어느 특정 집단에만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반론에도 공감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확산 문제, 노동시장 양극화 우려에 귀 기울일 것임을 시사했다.
급격한 법제화보다 점진적 확산이 현재 구상임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령은 반공일과 토요휴일 등 과거 한국 노동현장에 천천히 자리잡아온 선례를 상기시키며 “달라지는 사회 흐름을 정책이 뒷받침해야 성공한다”고 거듭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이 곧 생산성 저하나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장기적으론 일자리 나누기, 즉 고용 확대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점진론에 대해 분분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여당 관계자는 “생산성 제고를 위해 빠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노동 현장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노동계 역시 중소기업 보호, 고용유연성, 실질 근로조건 개선 등의 면밀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현행 노동정책이 사회구성원의 공감대를 전제로 할 때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 수립의 속도보다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원칙이 강조됐다.
당분간 주 4.5일제를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사회적 실험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신중하게 진전될 전망이다. 정부는 점진적 변화 노선을 유지하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 노동시장 안정에 초점을 두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