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의 그림자 드리운 날”…손흥민, 유로파리그 우승→팬 앞에 진심 꺼냈다
비밀스레 감추려 했던 상처가 법정 문 앞에 드러난 오늘, 축구선수 손흥민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한 시선을 세상에 드리웠다. 긴 그늘을 남긴 협박 사건이 경찰 수사와 구속 송치로 일단락된 순간, 손흥민은 팬들 앞에서 다시금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찬란한 기록과 더불어, 진심 어린 메시지가 경기장에 조용히 파문을 일으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오전, 프리랜서 모델 양모씨와 40대 남성 용모씨를 각각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임신 사실을 빌미로 손흥민을 협박한 데서 비롯됐다. 양씨는 지난해 5월,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귀국한 손흥민과 만남을 가졌으며, 이후 임신 소식을 전하며 상당한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같은 시기 양씨는 또 다른 남성 사업가와도 교류했으며, 임신 소식을 양쪽 모두에게 알렸다. 손흥민은 유일하게 응답했고 양씨가 임신 5~6주라는 검진 결과를 전달하자 3억 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관계 시점과 임신 시기가 맞지 않는 점, 초음파 사진이 잘려 있다던 점 등 석연치 않은 정황에도 손흥민은 책임감 어린 선택을 보여줬다.
사건을 알게 된 용씨가 비밀유지각서 등 양씨의 자료를 발견한 뒤부터 협박 수위는 더 노골적으로 전개됐다. 용씨는 손흥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로 초음파 사진을 팩스로 보냈고, 매니저에게 3개월간 집요하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여러 언론사에 사례를 제보하는 등 여론 압박까지 시도했다. 양씨는 이후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으나 손흥민을 향한 추가적인 연락은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의 임신 진단 자체는 사실로 결론 났으나 친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 7일 두 사람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이들의 주거지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을 거쳐, 두 사람은 이날 공식적으로 구속 송치됐다.
구설수와 의혹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밤, 손흥민은 UEFA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경기 종료 후 그는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시겠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이 우승을 계기로 조금은 제 진심을 알아봐 주시길 바란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고, 완벽한 퍼즐을 맞추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실의 벽 앞에 선 마음, 불확실한 진실의 무게, 그리고 한 명의 선수로서 다짐한 감사의 언어. 긴장과 아쉬움, 그리고 뿌듯함이 교차하는 이 풍경은, 언젠가 더 따뜻한 시계추로 팬들의 심장을 다시 흔들 것이다. 손흥민의 이야기는 유로파리그 우승의 빛과 함께 여전히 팬들의 밤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