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가은, 열다섯 첫 월급의 눈물”…책임의 무게→여름 뙤약볕 아래 소녀의 꿈
여름날 빛나는 강변 언덕, ‘동행’의 카메라는 사진기 하나 들고 선 열다섯 살 소녀 가은을 따라간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어릴 적부터 새기며 성장한 가은은, 한낮의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에 안은 채 하루 여덟 시간, 래프팅객 틈에서 사진을 찍는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끼니를 책임진다. 어린 소년 같지만 가장으로 선 그녀의 어깨엔, 무더운 공기보다 무거운 가족의 하루와 첫 월급의 의미가 함께 얹혀 있었다.
가은이에게 가장이란 말은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숙명이었다. 폐암으로 돌아간 아버지, 건강을 잃은 엄마, 어린 동생과 시작한 옥탑방 생활은 고된 생계를 소녀에게 맡겼다. 익숙해진 집안일과 어린 동생 돌봄에도 늘 마음 한켠엔 미련과 무게가 자리했다. 누적되는 월세, 치솟던 더위, 불안한 내일 가운데서도 가은은 가족 곁을 지키며 첫 월급만을 꿈꾸고 있다. 하루의 고단함이 깊어지는 밤이면, 그녀의 소망은 작은 사진 속에 조용히 스며든다.

엄마 김미선의 지난 세월 또한 고된 감동을 품었다. 북한에서 시작된 삶, 탈북과 북송, 감옥살이와 적막을 견디며 한국 땅에 닿은 후에도, 빚진 삶과 임대 아파트의 불안, 우울증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웠다. 자활근로로 버티던 엄마는 어느새 입원과 기로의 시간을 지나고, 다시 두 딸을 마주하며, 쓰러질 수 없는 이유를 눈물로 깨달았다. 아이들과 서로를 잡아 일으키는 김미선 가족의 하루는, 말없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가은은 꿈보다 책임이 먼저인 날들을 걷는다. 엄마의 병상과 동생 승우의 고독한 놀이터를 지키며, 가족의 곁을 놓지 않는 다정한 언니이자 딸로 매일을 견딘다. 입시 공부와 늦은 새벽,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소소한 일상이 그녀의 잠시 숨 쉴 틈이 된다. 그린 그림 한 장이, 노트에 써 내려간 단어가, 그녀의 소박한 희망이자 미래였다. 교실 대신 인생의 벼랑 끝에서 삶을 배우는 가은은 오늘도 속삭인다. “엄마가 다시 힘을 내주길, 동생에게 포근한 내일을 건네주길.”
드높은 여름 햇살 아래, 가은이의 일터에 남은 사진 한 장. 그 위엔 무거운 책임, 알지 못한 슬픔이 겹겹이 쌓였으나, 누구보다 단단한 소녀의 꿈은 무너지지 않는다. ‘동행’은 제519화에서 가은이의 땀방울과 첫 월급 너머 가족을 향한 숨은 서사를 세심하게 비춘다. 이 여운 짙은 이야기는 8월 16일 토요일 저녁 6시를 기약하며 시청자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