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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보다 더 뜨겁다”…습도까지 잡은 폭염특보 시대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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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보다 더 뜨겁다”…습도까지 잡은 폭염특보 시대의 여름나기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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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온도계 숫자만으론 더운 날씨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33도를 넘으면 폭염이라 했지만, 이제는 몸에 닿는 공기와 습도의 무게까지 일상 속 날씨 체감의 기준이 돼가고 있다.

 

실제로 9월 3일, 기상청은 제주 북부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한 데 이어 전국적으로 폭염특보 지역을 대폭 늘렸다. 경기도 파주부터 전남, 전북, 경북, 경남, 제주도 전역, 광주와 부산, 대구까지, 남부권과 주요 도시는 물론 평지마저 더위로 긴장한다. 스마트폰엔 연이어 폭염 알람이 쏟아지고, 인터넷 맘카페에는 “오늘도 아침부터 방에 갇혀 지낸다”는 아이 엄마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 제공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3년 5월부터 기상청은 단순 최고기온이 아니라 체감온도를 반영해 폭염특보를 내리고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33도 미만에서도 폭염특보가 나오고, 반대로 건조하면 33도가 넘어도 특보가 미발령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더위 피로’를 호소하는 직장인, 학생, 주부 비율이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생활은 이미 자동차, 에어컨, 실내 공기 등에 둘러싸여 있어 실제 온도보다 습도와 미세한 기압 변화에 더 민감하다”며 “체감 기준을 적용한 폭염특보는 기상 정보의 현실성을 높인 중요한 변화”라고 해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밖에만 나가면 숨이 턱 막힌다”, “이젠 날씨를 피부로 먼저 느끼게 된다”는 글이 많아지고, “에어컨 없는 노인들이 걱정” “우산만큼 양산도 꼭 챙긴다”는 반응도 부쩍 늘었다. 그만큼 날씨가 회색빛 뉴스가 아니라 매일의 건강과 직결된 생활정보가 돼 가고 있다.

 

한편, 제주 북부에는 호우와 폭염 경계선이 겹치기도 했다. 기상청의 변화된 폭염특보 운영은 단지 날씨 예보 시스템의 개편을 넘어서, 사소하지만 본질적인 삶의 리듬을 바로잡는 ‘생활방식 안내문’이 되고 있다.

 

작은 경고음이지만, 그 안에는 달라진 계절 감각과 살아가는 방식이 스며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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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기상청#체감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