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패키징 공장 난항 속 대만 집중”…거대 파운드리 공급망 재편 신호→글로벌 반도체 지형 흔드나
대만의 구름은 짙은 여름 빛을 머금었고, 세계 반도체 생태계의 심장인 신주과학단지는 또 한 번 숨을 고르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쥔 ‘TSMC’가 첨단 패키징 공장의 미국 내 부지 선정을 끝내 확정하지 못한 채, 4나노미터 웨이퍼의 패키징을 대만에서 고요히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애리조나 사막으로 향하는 사이, 실상 패키징의 심장은 여전히 대만에 남아 잦아들지 않은 긴장감을 뿜어낸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 ‘21팹’ 1공장에서 지난해 말부터 생산한 4나노미터 웨이퍼마저 본국에서 패키징하기로 결정한 바, 현지 공급망의 한계와 비용 문제, 그리고 부지 선정 지연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전통의 협력사 앰코 테크놀로지와 진행한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패키징 역량 부족은 이른 시일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금 드러냈다.

오랜 시간 구상하고 그려온 미국 현지화의 미래 청사진은 아직 흐릿하다. 지난 3월 TSMC가 백악관에 첨단 패키징 공장 2곳을 포함한 1천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6개의 공장이 예정된 애리조나 21팹 부지 외 추가 부지 선정 문제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생산 속도 또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현재 21팹 1공장의 월 웨이퍼 생산량은 1만5천 장에 머무르고, 차기 설비마저 축소될 조짐이 분명하다.
공장 현지화의 속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겹겹이 얽혀 있다. 미국 내 인력 양성의 지연,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 공급망 구축의 불확실성, 주요 고객사 주문 감소가 모두 시간의 경과를 요구한다. 특히 최대 고객사였던 애플의 주문이 둔화되는 사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 주문이 급증하며 하반기에는 거대 파운드리 질서에 미묘한 균열도 엿보인다.
대만과 미국, 양국 업계 모두 TSMC의 미국 투자 확대가 앞으로도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임을 인지하고 있다. 현지 인력과 기술, 공급망 확장은 시간이 요구되는 장기 과제이며, 패키징은 당분간 대만 대지에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결국 TSMC의 행보와 미국 내 첨단 공장 현지화의 진척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현지 산업 생태계 변화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만에서 부는 패키징의 바람은, 산업의 미래를 이끌 거대한 움직임의 전조로서, 전 세계 IT 산업 지형의 재배열을 촘촘히 예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