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두 번 잡았다”…서승재·김원호, 남자복식 2연패→한국 배드민턴 새 역사
뜨거운 조명이 쏟아지던 프랑스 파리 결승 코트에서, 서승재와 김원호는 두 손을 맞잡았다. 우승의 환희를 누린 두 선수에겐 남자복식 황금계보를 새로 쓴다는 자부심과, 팬들의 환호 속 빠르게 다음 목표를 정비하는 실용적 의지가 교차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2025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남자복식 최초로 2연패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서승재는 “원호랑 처음 호흡을 맞춘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정말 기쁘다”며 “2연패가 가당치 않게 느껴졌지만, 막상 이루고 나니 든든하게 함께해준 원호 덕분”이라 소감을 전했다. 본인의 소박한 감정과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함께 묻어났다. 김원호 역시 “앞으로도 어머니의 발자취를 계속 따라,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특별했던 기록은 숫자에서도 증명됐다. 2023년 덴마크 대회에서 강민혁과 정상에 올랐던 서승재는, 파트너를 바꾼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하며 참가자 중 유일하게 세계선수권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 선수는 2024년 1월 공식적으로 한 조를 이룬 이후, 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을 연달아 석권하며 불과 7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결승 무대에서는 김원호의 안정적 수비와 공격, 서승재의 빈틈없는 전방 커버가 안정적인 조율로 빛을 발했다.
특히 김원호에게는 30년에 걸친 가족의 배드민턴 꿈이 이뤄진 순간이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 길영아 감독이 1995년 로잔 세계선수권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이래, 가족 내 두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이자 30년만의 쾌거였다. 서승재 역시 세계선수권 금메달 5개를 기록한 박주봉 감독을 넘겠다는 새 목표를 내비쳤다.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이미 시선을 더 먼 미래로 옮겨두고 있다. 2주 뒤 중국 마스터즈, 내년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8년 LA올림픽 도전까지 빈틈없이 이어진다. 김원호는 “LA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이고, 국제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리겠다”며 담담한 각오를 덧붙였다.
서승재·김원호 조가 써 내려갈 새로운 황금계보에 팬들의 응원이 쏟아지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코트에 설 두 선수의 꿈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우승의 여운 속 실용적인 각오까지, 그들이 전하는 진한 서사는 한국 배드민턴의 다음 시대를 부드럽게 예고한다.
2연패의 서사와 함께, 두 선수의 여정은 계속된다. 이러한 과정을 담은 기록은 변화를 향한 스포츠 정신의 한 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