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 드라이브 기술 국산화”…HD한국조선, 중전기 신성장 이끈다
고압 드라이브 기술이 국내 중전기와 조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간 해외 수입이나 기술 제휴에 의존해왔던 대형 모터 제어용 핵심 전력 장치를 박영민 HD한국조선해양 책임연구원이 국산화하며, 산업 내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는 “국내 중전기 독자기술 경쟁의 분기점”으로 이번 성과를 보고 있다.
박영민 책임연구원은 2025년 7월 대한민국엔지니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대형 선박·발전소용 CHB(Cascaded H-Bridge) 고압 드라이브를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이를 80여 개 상품모델로 확장해 신기술 및 신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또, 차세대 선박용 전기추진 기술의 핵심인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고압 드라이브를 순수 국산화해 대형상선·함정의 전동화 경쟁력을 높였다.

고압 드라이브는 대형 모터의 속도와 토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전력 변환 장치다. 특히 CHB, MMC 기반 고압 드라이브는 전력을 단계적으로 변환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설비 수명도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외산 장비가 전력 변동, 긴급제어 등에 한계가 있었으나, 박 책임연구원 개발 모델은 상용환경에서 높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입증하며 차별성을 보여줬다.
해당 기술은 국내 발전소 및 선박 전동화 사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함정 등에서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며, 유지보수 등 실질적 운영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독일 등 일부 선진국 기업이 앞서 있었으나, 이번 국산화로 한국 역시 자체 설계·양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수입품 대비 라이선스 비용 절감, 맞춤형 기술지원 확대”라는 국내 고객사의 수요에 정확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엔지니어상 공동 수상자인 권경안 테크로스 연구소장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및 TRO(잔류염소) 센서를 국산화하고, 본질방폭형 센서를 세계 최초 상업화했다. 또 재생에너지를 바로 연계하는 산업용 수소 생산 장치도 개발해, 환경산업과 분산형 에너지 시장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
규제 관점에선 신기술 인증, 안전성 검증 등 필수 요건을 충족해 상업적 활용 장벽을 넘었고, 이 과정을 통해 기술자립에 대한 제도적 지원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압 드라이브 기술의 대형 상선 적용이 조선산업 구조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 기술들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빨리 확산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생태계, 공공정책의 균형이 미래 성장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